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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Sep 13. 2017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작성한 수필입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기억을 위해 남깁니다.



청약통장을 개설하다


2009년 28살의 나이에 취직을 했다. 동시에 청약통장을 만들었다. 아는 형이 만능통장이라며 만들기를 권유하였기에 아무 생각 없이 만들고 10만원을 자동 이체했다. 그 통장을 개설한 지 벌써 8년이 넘었다.


2013년 12월 결혼 전까지 분양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런 건 나중에 돈 벌고 난 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목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당 아파트에 전세 계약하여 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전세 만기가 도래할 무렵인 2015년 10월 즈음부터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주위에서 아파트 분양을 받는 경우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카페에도 가입하고 책도 읽으면서 가볍게 공부를 시작했다.



청약에 도전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청약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건은 그리 좋지 않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될 줄 알았지만 소득 기준을 초과하여 안되었고, 서울권 아파트는 주소지가 경기도여서 당첨이 불가능했다. 소위 핫플레이스라고 꼽히던 내곡, 세곡, 위례 등은 이미 분양이 끝난 후였고, 준척급은 된다던 미사, 광명역은 이미 반 이상 분양이 끝난 후였다.


일단 미사, 광명역 남은 아파트 위주로 청약을 넣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모델하우스는 광명역 파크자이 2차였다. 2015년 12월 당시 첫 아이가 100일 무렵이었다. 그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모델하우스를 구경했다. apt2you 라는 사이트에 처음 접속하여 난생처음 청약도 신청했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파크자이 2차 모델하우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가 기저귀에 똥을 누었다. 그 똥 기저귀를 근처 공사 예정지에 버리며 여기 되는 거 아냐했는데 낙방했다.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사실되기가 힘들었다. 아내랑 가끔 이 이야기를 하며 그때 우리가 참 순진했구나 하며 웃는다) 이후 광명역과 미사에 남은 아파트들에 모두 분양을 넣었으나 인연이 없었다. 추첨은 정말 신의 영역이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다


시간은 계속 흘러 흘러 정권이 교체되었고, 사는 동네의 LTV는 70%에서 40%까지 떨어졌다. 이번 계약 만기에 분당 아파트를 매수하려 했지만 또다시 포기하고 말았다. 무리해서 살 수는 있었지만 가격도 이미 많이 올랐고 매물도 많지 않았다. (무주택 실거주자에게 유리할 거라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별 다른 유리함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다시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다만, 이번에는 전세계약 기간인 2년 내내 집을 사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실거주는 현재 집에서 전세로 하되, 내년 4월(양도세 중과 시점) 전에 분당 아파트를 전세 안고 매수하자는 생각이었다.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고 매수 호가는 주춤한 상태이니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성남 구시가지의 재건축 분양도 고민해보자고 생각했다. 재건축 이후 성남 구시가지가 얼마나 발전할지 가늠해볼 수는 없겠지만 서울의 경우 재건축 이후 동네가 환골탈태한 사례가 많이 있었기에 그것들을 참고 삼아 결정하기로 했다.



청약을 고민하다


회사에서 남한산성에 야유회를 간 적도 있었고, 아내랑 주말에 산책하러 놀러 간 적도 있었다. 산성역 앞이 지대가 높은 곳이고 그 앞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었던 것은 알았는데 그곳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지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사실 아내가 성남 중원구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기에 성남 구시가지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그쪽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사이트에 들어가 보게 되었고 느낌이 좋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파트는 산성역 포레스티아 였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은 아래와 같았다. 여기에 썼던 브런치 글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


장점 1. 역세권이다. 


교통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수도권 역세권 아파트는 언제나 수요가 존재한다. 포레스티아의 경우 8호선 산성역을 접하고 있다. 4,000세대가 넘고 경사가 있어 멀리 있는 세대의 경우에는 단지 내 이동시간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잠실까지 직통으로 14분 만에 갈 수 있는 8호선 지하철역이 아파트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장점이다. 3km 이내 위례가 있고, 5km 이내 문정법조단지, 가든파이브가 있으며 모두 지하철로 이동 가능하다. 또한 차량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다. 이는 직주근접을 바라는 젊은 신혼부부, 미혼 가구의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장점 2. 대단지이다.


4,000세대가 넘는 아파트는 그것 자체로 상권이 되고 학군이 되고 하나의 마을이 된다. 작은 세대의 아파트는 주변 환경과 공생하면서 살아야 하지만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에는 홀로 독자생존가능하다. 송파 헬리오시티(9,510세대), 잠실 파크리오(6,864세대), 고덕 그라시움(4,932세대) 등이 그 예이다. (이해를 위해 잘 알려진 훌륭한 입지의 대단지 아파트를 사례로 든 것이며 같은 급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절대 아니다) 해당 아파트 거주민만 다니는 초등학교가 있으며 큰 규모의 단지 내 상가도 들어서 있다. 단지가 크고 조경이 잘 되어 있어서 단지 내 산책이 가능하며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어 굳이 외부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관리비도 싸고 관리도 잘 된다. 물론 포레스티아가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여건상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기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장점 3. 숲세권이다.


풍수지리적으로 거주지는 배산임수 지역을 최고로 친다. 서울 한남동이나 워커힐 부지를 보면 그야말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도심 내에 한강과 같은 물줄기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이 경우 대체 요소가 있는데 바로 도로이다. 도시에서는 도로가 사람이 다니는 흐름을 만들어 내므로 물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포레스티아를 보면 영장산을 등에 지고 앞으로는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또한 영장산은 숲이 울창해 맑은 공기와 좋은 기운을 내뿜어 줄 것이다. 이전 글에서 대형 평수는 컨셉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50대 이후 중장년 층에게 숲은 휴식, 운동, 쾌적함과 동의어가 될 수 있다. 아파트 뒤에 위치한 산은 그들에게 그것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단점 1. 발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산성역을 중심으로 12,000세대 넘게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된다. 2019년 말 신흥2 주택재개발(4,774세대), 산성 주택재개발(3,541세대)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23년 즈음 산성역 인근은 아파트 밀집촌이 되어 있을 것이다. 현재 보이는 옛 건물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어느 부동산 전문가가 상상력이 좋은 사람이 투자도 잘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넘게 지난 일이다. 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신흥2의 경우 현재 이주를 진행하고 있고, 산성의 경우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업시행인가 준비 중이다) 따라서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단점 2. 이미지가 좋지 않다.


성남은 분당, 판교, 위례 등 전국구 네임밸류가 있는 동네를 가지고 있다. (저 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분당, 판교, 위례라 말하지 절대 성남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저기 주민들은 자신들이 성남 구시가지와 엮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학군 안 좋고 못 사는 동네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내가 마지막까지 청약을 망설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은 좋은 아파트 짓는다고 분양가 높인다고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물건의 손바뀜이 이루어지고 젊은 고소득자들이 유입되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다. 2008년에 입주한 판교가 이제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공공분양도 많고 임대주택도 많았기에 초기에 들어온 사람들이 고소득자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청약통장 인정금액이 1800만원을 넘긴다는 것은 무주택 생활을 거의 15년 넘게 한 것이다) 하지만 10년간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그에 걸맞은 새로운 사람들도 유입되면서 좋은 이미지의 주거지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성남 구시가지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단점이었다.


단점 3. 학군이 좋지 않다.


주력 평수인 20~30평대는 학군이 중요하다. 초등학교는 도로를 건너지 않는 곳에 있고, 중학교는 학업성취도가 높아야 한다. 자기 자녀를 위해서도 그렇고, 추후에 매도 시에도 내 물건을 받아줄 사람에게도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분당 매수를 생각했던 것도 학군이 가장 큰 이유였다. 분당에는 수내중, 내정중, 서현중, 이매중 등 강남 부럽지 않은 좋은 중학교가 많이 있다. 좋은 성적은 좋은 학업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학군은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물론 산성역 주변 아파트가 모두 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학군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매수 리스트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청약을 결심하다


고민의 시간은 길었지만 결정은 의의로 쉽게 내렸다. 왜냐하면 아직 두 돌 밖에 안된 어린 자녀 한 명만 있는 우리 부부에게는 단점보다 장점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필요하지만(단점 1) 제일 먼저 개발된다는 점에서 분양가가 저렴할 것이라 판단했으며 시차를 두고 재개발이 진행되기에 포레스티아 입주 시 주변 주민들의 전세 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초기 전세가 유지에 긍정적이라는 장점도 있었다.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단점 2) 반대로 그것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되며, 실제 아파트가 완공되어 주민들이 거주하는 것을 보면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 성남 사람들이 남한산성에 놀러 가려면 반드시 산성역을 지나야 하므로 개발 완료 이후에는 홍보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학군이 좋지 않지만(단점 3) 첫 아이가 초등학교 가기까지 아직 5년의 시간이 남았다. 2023년 주변 개발이 완료될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므로 아직 우리 부부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또한 중학교 진학 시에 전세를 주고 이사를 가도 되는 옵션이 있으므로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물론 그전에 학군도 좋아져서 이사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이외에 고려한 것으로는 가격 상승 가능성이다. 가까운 위례가 85제곱미터 기준 매도호가가 평균 8억 5천 정도 하며, 74제곱미터 기준 매도호가가 평균 7억 5천 정도 한다. 포레스티아 분양가가 각각 5억 8천, 5억 3천이다. 갭이 2억 5천 정도 있다. 복정역에서 창곡교차로를 지나 산성역으로 차를 몰고 가보면 위례와 거리상 상당히 가깝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물론 도보로는 이동 불가하여 엄밀한 의미의 같은 생활권은 아니다. 그러나 잠실이나 강남 출퇴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주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성남 구시가지를 통과할 일이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직장은 서울이고 쇼핑은 가든파이브로 가면 될 뿐만 아니라 차 끌고 위례로 놀러 가도 된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엄밀히 말해 포레스티아는 성남 구시가지 거주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따라서 그런 측면을 고려할 때 1억 정도의 상승 여력은 있다고 보았다. (위례와의 갭은 개인적으로 1억 5천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근처에 위례라는 천장 ceiling 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행운이다. 위례는 여전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신도시다. 우남역이 생기고, 위례신사선이 생길 때마다 가격은 점프할 것이다. 도시가 완성되는 순간에는 동남부의 대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 곁에 있는 포레스티아는 그 대안으로 갭을 두고 그 가격을 쫓아갈 가능성이 높다. (지하철역 1 정거장 차이인 역세권 대단지이므로)


그래서 청약을 신청했다. 8:1의 경쟁률이었다. 물론 추첨으로 되어야 했다.



청약에 당첨되다


청약 발표는 발표 당일 12시가 넘으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8일(금)이 발표일이니 7일 목요일 밤에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 시간까지 깨어있다가 꼭 확인하고 잠을 잤다. 하지만 여러 번 떨어지다 보니 이제는 그냥 잔다. 아침에 확인해봐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도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새벽 2시 아내가 나를 깨웠다. 그 밤에 깨울 일이 없기에 깨면서 전쟁이 났구나 생각했다. 당시는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미국 트럼프와의 설전이 계속되고 있던 때였다. 아내는 뜬금없이 나에게 아파트 됐어 라고 얘기했고 우리 부부는 그날 밤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과거 내가 청약을 넣었던 곳 중에 현재 프리미엄이 1억 이상 붙은 곳이 많다. 떨어질 때마다 아내와 항상 했던 말이 우리와 인연이 없는 물건인가 보다 였다. 아무리 좋은 입지에 좋은 물건이라도 나와 인연이 없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포레스티아는 인연이 있어 당첨이 된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어떻게 변화해나가든 상관없이 아껴주고 사랑해 줄 것이다.


물론 단번에 청약당첨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았을 때 계속된 낙방이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더 많은 고민의 시간을 주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덕분에 이전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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