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권의 부동산 책을 읽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가 "정부와 맞서지 마라" (링크 참고)
두 번째는 "입지가 제일이다" (링크 참고)
세 번째가 "부동산은 살아가는 곳이다" (링크 참고)
이번에 설명할 네 번째는 "부동산은 싸게 사야 한다"이다.
"투자의 기본은 싸게 사는 것이다."
워런 버핏도 그랬고 피터린치도 그랬다. 심지어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도 강조했다. 그것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원자재든 상관없다. 투자를 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조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모든 재화에는 (현재) 가격 Price 이 매겨져 있다. 하지만 그 가격은 불변이 아니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작년 초 비트코인 신드롬이 이를 잘 보여주었다. 2700만 원을 육박하던 1 비트코인이 현재는 300만 원으로 떨어져 있다. 5천 원에 사서 2700만 원에 판 사람도 있고 2700만 원에 사서 300만 원에 판 사람도 존재한다.
부동산을 예로 보자.
2012년 8억이던 잠실 파크리오 34평이 6년 만에 16억까지 올랐다. (이하 실거래가 기준)
목동 7단지 27평은 그 사이 6억에서 13억까지 올랐다.
같은 단지 똑같은 평수의 이웃집에 살고 있지만 옆집은 6억에 샀고 우리 집은 13억에 샀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누가 승자인가. 옆집이 부럽다면 내가 패자인 것이다.
항공권 가격은 부동산 가격보다 더 탄력적이다. 같은 항공, 같은 노선, 같은 클래스에서도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역시 싸게 산 사람이 승자다.
그렇다면 가격은 누가 결정하는가. 바로 시장 Market 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수요 Demand 와 공급 Supply 이 결정한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진다.
경제학의 가장 원론적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이 핵심이며 가장 중요하다.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 같은 집을 6억에 산 사람과 13억에 산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6억에 산 사람은 부동산 매물(공급)은 많고 부동산 매수(수요)는 적을 때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이고, 13억에 산 사람은 부동산 매물(공급)은 적고 부동산 매수(수요)는 많을 때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이다.
(물론 그 몇 년전에 3억에 산 사람이 있었다면 6억에 산 사람 역시 비싸게 산 사람이 되겠지만 그렇게 역산하여 생각하면 단군 할아버지가 등기치던 시기까지 올라가야 하기에 여기서는 무시하려 한다. 또한 일부 부동산의 경우 사치재의 성격을 띠고 있고 좋은 입지의 재화는 한정되어 있기에 가격 결정력을 공급자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있지만 특수한 상황으로 볼 수 있기에 여기서는 무시하려 한다.)
IMF 때를 생각해보자.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인해 부동산에 매물이 쏟아졌다. (공급증가) 국가가 부도위기에 놓였다는 소문이 퍼졌고 금리는 10%를 상회했다. 당연히 부동산을 매수하겠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요감소)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IMF 구제금융 이후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자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규제 완화)을 내놓게 된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매수세가 회복되었다. (수요증가) 이에 부동산 가격은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몇 년 그렇게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이를 잡기 위해 정부는 다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규제 강화)을 시행하였고 이에 매수세는 약화되고 (수요감소) 부동산 가격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정부의 규제정책이 수요를 자극하여 시장 가격이 변동된 사례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 역시 시장이기에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와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을 언제 싸게 살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여러 주장들이 공존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이 제일 싸니 지금 사라는 주장, 이제 부동산은 끝났으니 영원히 사지 말라는 주장, 거품이 거치면 사라는 주장 등등. (모두 나름의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있으니 이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겠다.)
다만 내 생각에는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여야 그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 한 IMF를 한 번 더 끄집어내어 설명한다면 이렇다. IMF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투매에 가까울 정도로 부동산을 매도했다. 1998년 한 해 동안 주택 가격 하락률이 12.4%라면 (가격 변화가 크게 없고 매도도 이루어지지 않는 주택 비율 등을 감안하면) 일반 아파트는 상당한 가격 하락이 이루어졌을 거라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아파트를 매수한다?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다음 해가 되자 상황이 차츰 개선된다. 새로운 정부가 개선책을 내어놓고 환율도 점차 안정화되는 등 국가 부도의 위기에서 점점 벗어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심리는 그리 좋지 않다. 부동산 가격이 조금 오르지만 다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그 다음 해가 되자 한층 더 상황이 나아진다. 이에 차츰 부동산 매수세가 생겨나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매수세가 급증한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싸게 사고 누가 비싸게 샀을까? 매수세가 적을 때 즉 수요가 적을 때 산 사람은 싸게 샀을 것이고, 매수세가 강해지고 그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 막차 탄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비싸게 샀을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최악의 매수심리일 때 사야 싸게 살 수 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최악의 매수심리"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판단을 위한 지표 Index, 즉 측정도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금이 최악인지 아니면 더 떨어질 지하실이 있는지를 가시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지표에 대한 생각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매수심리를 가리키는 몇 가지 지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매우 주관적이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첫째, 서울에서 아파트 소형 평수가 미분양이 난다. 국민주택 평수인 24평은 가장 인기가 많은 주택형이다. 서울에서 이 평형이 미분양이 난다는 것은 사람들이 정말 부동산을 살 마음이 없다는 의미이다. 최악의 매수심리이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지기 힘든 수요 하락 상황으로 보인다. (입지 좋다는 위례도 미분양을 피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unbelievable)
둘째, 정부가 대출규제와 주택 관련 세금 규제를 완화한다. 한 번 만들어진 규제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 관련 규제는 정권 차원의 결정이기 때문에 더더욱 없애기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애거나 수정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 시장이 심하게 악화되어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다. 건설경기는 바닥을 찍고 사람들은 아우성이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권 입장에서는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권 차원의 방향 전환이기 때문에 매우 중대한 상황이다. 참다 참다 바꾼 것이에 부동산 경기는 바닥 근처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매매가와 전세가간 차이가 거의 없다. 전세는 오직 실거주의 목적만 있는 주거형태이다. 투자의 목적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매매가가 떨어지고 전세가가 오른다는 것은 투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전세가의 상승은 매매가를 밀어올릴 수도 있으며, 갭투자의 증가가 매수세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넷째, 주위에서 아무도 집을 사지 않고 심지어는 말린다. 30대 이상 수도권 거주 사람들의 대화는 대부분 기승전-부동산이다. 어디가 좋고 어디가 많이 올랐고 어디 분양을 한다더라 뭐 이런 식이다. 끊이지 않는다. 매수를 기본으로 하는 대화이다. 그런데 심리가 악화되면 매수를 기본으로 하는 대화가 서서히 사라진다. 주위에 아파트를 갭 투자했다든지 분양권을 피 주고 샀다든지와 같은 이야기는 사라지고 심지어 집 사지 말라고 말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정도면 수요곡선이 가장 아래까지 내려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베스트셀러 순위 100위 안에 부동산 서적이 없는 경우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경기가 좋았고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올랐다. 서점에 가보면 부동산책이 널려있고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10위 안에 부동산책도 여러 권 들어가 있을 정도였다. 수요가 폭발한다는 징조이다. 따라서 최악의 매수심리는 아무도 부동산책을 안 찾을 때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책은 서점 구석탱이에 꽂혀 있고 베스트셀러 순위 안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을 때라면 최악을 생각해도 될 것이다.
여섯째, 부동산 카페에 글이 잘 안 올라온다. 그나마 올라오는 글들도 죄다 부정적인 이야기 뿐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대부분 부동산 가격 하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분간 집 사지마라’ ‘더 기다려야 한다’ ‘정부 규제 완화해야’ 등이 주 초점이다.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종합하면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는 상황이라 함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일어나 경제신문을 펴보았더니 1면 헤드라인 제목이 ‘서울 소형 아파트도 미분양 발생, 부동산 경기 최악’이다. 2018년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하락이 벌써 몇 년째다. 아무도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 주택 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이다. 인구감소에 지역균형발전으로 더 이상 서울은 매력적인 도시가 아니다. 어제 점심에 회사 직원 중 한 명이 결혼을 한다기에 절대 집 사지 말라고 했다. 열이면 열 모두 집 사지 말라고 하기에 돈은 있지만 그냥 전셋집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잘 생각한 것 같다. 부동산 카페에 들어간 지 1년도 넘은 것 같다. 글도 거의 없고 있어도 다 비관적인 글이라 보기가 싫다. 부동산 관련 책이나 유튜브 방송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는 늦었지만 부동산 규제완화 기본정책을 발표했다. 투기지역을 전부 해제하고 LTV를 70%로 회복하기로 했다. 거주와 상관없이 2년 보유만 해도 양도세를 면제하기로도 했다. 종합부동산세도 유예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실기하였다는 것이다. 나 역시 전세 만기가 곧 도래하지만 집을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국 거품 빠지는 거 보면 한국은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저 정도 상황이면 가격이 바닥에 근접해 있을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 영원한 약세장은 없기 때문이다. 최악을 찍었다는 것은 결국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지난 몇 차례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회복 과정을 유심히 보았다면 내 말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매수세(수요)가 완전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할 때가 기회이다. 그것이 2020년이 될지 더 늦어질지 더 빨리 올진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신의 영역일지 모른다. 다만 인간은 역사를 통해 그리고 추론과 반성을 통해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 추세를 잘 살피면서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기회가 내 앞에 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