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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Sep 18. 2017

캠핑이 아이에게 좋은 5가지 이유

용문산 야영장, 2017. 9. 16 ~ 17



캠핑 Camping 은 자연 속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외부활동을 의미한다. 과거 엘리트 전유의 취미활동으로 인식되었으나 현재는 대중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산과 강, 바다에 설치된 다양한 캠핑장을 보고 있으면 캠핑인구 500만 시대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부가 캠핑을 시작한 것은 꽤 어린 시절부터이다. 양가 모두 활동적인 성격을 띤 탓에 틈만 나면 강과 바다로 나가 텐트를 치고 며칠을 쉬다 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바닷가에 민박집도 있고 콘도도 있고 호텔도 있다는 것은 꽤 큰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텐트를 치는 줄 알았다.)


그런 어렸을 적 경험 덕분인지 결혼하고 나서 제일 먼저 산 물건이 텐트였다. 2013년 12월에 결혼, 그 이듬해 1월부터 시작된 캠핑 물건 구입은 4월이 되어서야 끝났고 5월 본격적으로 산과 바다로 캠핑을 떠나기 시작했다. (새 제품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중고 제품이었다. 한 번만 사용하고 중고로 내놓는 물건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캠핑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암튼 중고상품 구입자 입장에서는 땡큐였다)


2014년 늦봄~초가을까지 매주 주말이면 캠핑을 떠났다. 주말 내내 텐트에서만 잔 달도 있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텐트 치고, 밥해먹고, 이야기 나누고, 불 피우고, 술 마시고, 별 보는 것이 다였다. 텐트에 누워서 풀벌레 소리 들으며 자는 정도가 좀 특별했다면 특별했을 것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낸다는 것, 그게 바로 웰빙 well-being 이었던 것 같다.


2014년 말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에게 아기가 생겼고, 2015년 8월 출산했다. 2015년과 2016년은 캠핑을 단 한 번도 갈 수 없었다. 임산부를 데리고 갈 수도, 돌도 안된 어린 아기를 데리고 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캠핑은 무리 無理 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2017년, 드디어 아이를 데리고 캠핑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부모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곧잘 자연에 적응하는 모습이었고 흙에 앉아 노는 것과 벌레와 함께 있는 것도 낯설어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땅 위에서 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야외에서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했다.


지난 주말 올해 마지막 캠핑을 다녀왔다. 둘째 계획이 있는 내년과 그 후년에는 또다시 캠핑을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더 뜻깊고 즐거웠던 주말 나들이였다. 좀 추운 날씨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아이는 잘 적응하여 몸 건강히 잘 다녀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에 문득문득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요즈음이다.




캠핑은 어떤 점에서 좋은 활동일까? 아이의 시각에서 사진을 보며 다섯 가지로 추려본다.


1. 자연과 친해지는 계기를 준다.


캠핑은 곧 자연이다. 자연에서 머물고 자연과 함께 논다. 집에서는 책과 그림을 보며 식물과 동물, 곤충을 설명해야 하지만 캠핑에서는 직접 실물을 보여주며 설명할 수 있다. 아이는 이번 캠핑을 통해 코스모스, 다람쥐, 은행나무, 단풍나무, 메뚜기, 나방을 직접 볼 수 있었으며 이름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이번 캠핑을 통해 코스모스를 알게 되었다.




2. 서로 돕는 법을 배운다.


캠핑은 야외활동이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새로운 것을 세워야 한다. 방도 만들고 부엌도 만들고 거실도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것을 혼자서 할 수는 없다. 협동이 필요하며 서로 일을 나누는 분업이 필요하다. 아이는 은연중에 그것을 보고 배운다. 아빠와 엄마가 텐트를 같이 세우는 모습을 보고 같이 정리하는 모습도 본다. 서로 일을 나누어 처리하는 모습도 볼 것이다. 그러한 모든 모습이 아이의 행동발달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아이는 끊임없이 아빠와 엄마가 하는 일을 따라하려고 했다.




3. 날씨를 몸소 느낀다.


날씨 weather 는 말 그대로 날의 형태이다. 요즘 아이들은 상온이 유지된 집에서 1년 내내 보내고 차를 타고 이동한다. 추운지 더운지 말과 글로 들을 뿐이지 직접 느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캠핑은 날 것 그대로의 날씨를 체험한다. 아침저녁 초가을 찬 공기는 아이로 하여금 "추워"라는 말을 하게끔 만들었다. 인간의 체온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대문명은 그러한 기능이 퇴화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한 변화를 체감해봐야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온실에만 자란 화초는 작은 변화에도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추위와 더위, 기압의 변화를 몸소 느끼게 하는 여러 야외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밤 추위에도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잔 아이는 아침밥은 물론 후식까지도 챙겨먹었다.




4. 몸을 쓰는 활동을 한다.


집에는 장난감도 있고 인형도 있고 책도 있지만 야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대신 자연이 있다. 모든 곳이 놀이터가 되는 것이다. 자연은 놀이의 경계를 허물어준다. 공 하나만 있어도 축구장으로 변하고, 컵 하나만 있어도 모레 사장으로 변한다. 집에서 하던 정적인 놀이들이 흙 위에 서서 움직이는 동적인 놀이로 전환이 되는 것이다. 또한, 자연은 아이들 간 허물도 없애준다. 옆 텐트에 처음 만난 아이와도 인사를 하고 같이 놀 수 있다. 부딪히며 교감하는 동안 아이는 몸도 마음도 성장하게 된다.


공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원 없이 뛰어놀 수 있었다.




5.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난다.


야외에서의 시간은 은근 더디게 간다. 낮에 도착해 텐트 치고 정리하면 3시 정도 된다. 수면시간을 10시로 할 때 7시간 정도가 여유시간이 된다. 꼼짝없이 흙을 밟고 같이 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없다. 스마트폰만 배낭에 넣어놓는다면 그야말로 현대적 의미에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를 연결되지 않을 권리 right to disconnect 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남는 것은 대화뿐이다. 근처 산책도 가고 모레 놀이도 하지만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저녁 준비하는 내내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도 모자라 저녁 먹고 나면 또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이도 참여하고 부모도 참여하는 대화다. 이렇게 말이 많았던가 싶을 정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야외에서의 긴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전기모기채를 들고 아이와 해충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캠핑이 아이에게 좋은 이유가 더 많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5가지만 정리해보았다.


인생은 하나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소재로 쓸지,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결말이 나올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자기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 쌓다 보면 좋은 스토리가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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