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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앤 May 15. 2023

활기찬 공원으로 만드는데 일조하는 나의 음악

두 버스킹을 통해 생각하게 되는 음악의 힘

마쓰야마 시민회관 앞 공원


늘 앉아서 노래하던 호숫가를 떠나 이 날은 시민회관 앞 커다란 운동장을 끼고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내 벤치를 둘러싼 벤치가 여러 개 있었고 정자 쉼터가 하나  있었다. 정식 버스킹도 아니고 이 날은 그냥 연습이나 할까 싶어 느긋하게 그동안 못 부른 노래들 위주로 불렀다. 분명 열심히 연습해서 영상까지 찍어 올린 노래인데 잘 생각이 안나는 것도 있고 심지어는 공연한 곡인데도 군데군데 까먹은 노래들도 있다. 한동안 푹 빠져 브리던 노래들인데 이젠 그다지 노래할 맛이 안나는 곡들도 있고.


한 곡씩 오랜만에 음미하며 부르다 보니 이내 기분이 참 좋아진다. 간혹 나는 내 노랫소리에 빠져 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곡이 좋아 기분이 좋은 것이겠지만 내가 부르는 노래를 스스로 이리 좋아하니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인가 싶고. 점점 이렇게 무아지경에 빠진 듯 노래하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았다. 깜짝 놀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나를 가운데 두고 원처럼 둥글게 사람들이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정지된 화면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이 없이 나를 포위하듯 서 있는 모습에 나른하고 한없이 느긋하던 내 목소리에 힘이 슬슬 들어가기 시작한다. 완전 잘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기 때문이다. 저렇게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있는데 최대한 잘 불러야 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부른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다음 곡으로 뭘 부를까를 마구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 부르는, 제일 잘하는 노래여야 해라면서 머릿속에서 악보를 마구 뒤진다.



강둑 산책로 시민공원


내가 머물고 있던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기다란 강둑을 따라 아름다운 산책로가 펼쳐지는데 그곳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중 유달리 성질이 급한 벚나무 한그루가 있었는데 양팔 넓게 벌려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어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거기에 가서 노래하고 놀아야겠다 마음을 먹고 우쿨렐레를 메고 길을 나섰다. 날씨도 너무 좋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 나무 쪽으로 가면서 사람들이 와서 그 나무 아래 벤치를 다 차지하고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 나무에서 좀 벗어난 곳에 한쌍의 남녀가 앉아 있고 그리고는 아무도 없다. 아주 잘됐다며 신나서 그 나무아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벚나무 아래에서 달콤한 우쿨렐레 소리를 들으니 더할 나위 없이 감미롭다. 한 곡 두곡 부르다 나무 그늘이 춥다는 생각이 들어서 햇볕 쪽에 있는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또 한 곡 두 곡 부르고 있다 어느 순간 깜짝 놀랐다.


어느새 이곳이 사람들이 많아져 활기찬 공원처럼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한가롭고 평화롭게 주말의 한 때를 보내는 그런 장소, 그러니까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오후 같은 이미지가 딱 떠올랐다. 지나다니다 봐도 이곳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속으로 기뻤다. 나의 음악이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 모았구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있다 보니 점점 더 모여들었을 것이고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 아닌가 하면서. 봄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살랑거리고, 잔잔한 음악은 흐르고, 사람들은 행복하고.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한 팀 한 팀 유심히 바라봤다. 부부가 둘 다 위아래 검은 옷을 입고 남자아이 한 명을 데리고 온 부부가 벚나무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 집 아들이 악기에 관심이 있는지 내 곁으로 와서 유심히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그 아빠가 가까이 와서 우쿨렐레 라며 하와이 음악의 악기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나는 음악과 악기에 관심을 가지는 그 남자아이가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미소 지으며 아이와 아빠를 바라봤다.


또 한쪽엔 부부인지 아빠와 딸인지 모를 남녀 한 팀이 공을 주고받으며 놀고 있고 알콩달콩 도시락을 싸 온 건지 사온건지 모르지만 준비해 와서 돗자리를 펴고 맛있게 먹는 남녀 한 팀, 강아지를 데리고 온 엄마와 딸, 그리고 나보다 먼저 와 있던 그 남녀 한 팀. 모두들 한가롭고 평화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다.


갈수록 느끼는 건 음악의 힘이다.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알 수 있지만 내가 만들어 내는 음악의 힘에 대해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영역이라 그저 신기하고 즐겁고 재밌고 신나는 일들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멋지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드니 이번 시코쿠 버스킹 여행이 얼마나 나에게 큰 의미인지 모르겠다. 대단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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