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판소리도 배워봤다

오래된 도전, 노래를 향한 끊임없는 시도들 3

by 멜레하니



초등학교 4학년 때의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을 향한 시도도 대학생 때 대학가요제에 나가려던 시도도 전혀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의욕만 앞섰던 모험이었다는 것을 자각한 뒤 꽤 오랫동안 나는 준비되고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것들은 도전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무작정 어떤 오디션이나 단체에 들어가려고 시도해본 적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 나는 취업을 했다. 문화와 예술의 혼이 살아 숨 쉬는 땅, 전라남도에 발령을 받아서 가게 되었고 삶에 여유가 좀 생기면서 다시 음악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욕망이 슬슬 올라왔다. 그곳에서는 땅이 가진 문화와 예술의 힘이었을까 쉽게 국악에 관심이 가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사물놀이와 난타를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판소리를 접하게 되었다.


명창들의 판소리를 듣는데 마치 우리 할머니가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 같았다. 친근하고 따뜻한 정겨움이 느껴졌고 가슴에 찌르르하며 와닿는 감동이 있었다. 특히 흥보가중 휘모리장단으로 신나게 휘몰아치는 "밥 먹는 장면"을 볼 때는 어찌나 재밌고 신이 나던지 나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흥부가 좋아라 하고, 흥부가 좋아라 하고, 밥을 먹는다. 흥부가 좋아라 하고, 밥을 먹는다. 흥부가 좋아라 하고, 밥을 먹는다. 똘똘 뭉쳐 갖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똘똘 뭉쳐 갖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어떤 선생님에게 배웠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튼 나는 저 흥보가의 밥 먹는 대목을 배웠고 이게 어찌나 재밌던지 한동안 계속 "던져놓고 받아먹고"를 무슨 랩 하듯 읊조리고 다녔다. 그리고는 사람들 만나는 모임에서 내가 요즘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데 판소리 한 자락 하겠다 하고는 저 흥보가중 밥 먹는 대목을 불렀다. 그 기억이 얼마나 강렬한 인상으로 사람들에게 자리 잡았는지 사람들이 나를 만날 때마다 "던져놓고 받아먹고" 이 부분만을 손동작까지 흉내 내면서 놀리곤 했다.


이 판소리도 오래가지 못했다. 너무 어려워서 감히 본격적으로 배워볼 엄두를 못 냈다. 그래도 흥보가를, 아니 우리의 판소리를 조금이라도 맛봤다는 만족감이 제법 컸기 때문에 미련 없이 뒤돌아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국악에 대한 사랑은 쉬이 식지 않았다. 판소리의 뒤를 이어 남도 민요를 배우기도 했다.


이것은 이사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한동안 제법 오래 배웠는데 진도 아리랑이나 쾌지나 칭칭 나네, 농부가 같은 민요들을 부를 때면 내 안의 세포들이 알아듣는 것일까 어찌나 신이 나던지 어깨춤이 절로 나곤 했다. 이런 것이 태생이 한국인임을 알려주는 흥 "삘 feel", 유전자 "삘 feel"이라는 것일까? 하여간 한양 땅으로 입성하기 전까지 나는 남쪽 지방에 살면서 제법 오랜동안 남도 민요에 심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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