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가모모씨 May 26. 2023

[상황 제시] | 일탈

나는  계속 잠에 들지 않은 채 그저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다.

| 상황 제시 |


나는 누워 있다. 방은 어둠과 적막으로 가득 차 있다.

귀에 들리는 것은 오직 째깍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계 초침 소리뿐이다.

불을 하나도 켜고 있지 않아도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방안 곳곳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바깥에서 흘러오는 빛에 슬쩍 보이는 시계는 어느덧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다.

잠에 들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 3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누워서 TV를 켜거나 스마트폰 창을 바라봐도 되련만, 굳이 누워서 뒤척이며 방 안을 둘러본다.


깨끗이 정리된 가구들도 어렴풋이 보인다.

나는 구석에 침대와 함께 덩그러니 놓여 있다.

침대 가운데 대자로 누워있다.

이불은 따로 덮지 않는다.

그럼에도 날은 덥고 방 안은 습기가 차 있다. 누워있는 침대조차 눅눅한 기분이다.


나는 가만히 천장을 본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창 밖에서 방안으로 침범해 들어온다.

잠에 들지 않는 나는 이따금씩 지나가는 헤드라이트가 반가워 가만히 천장을 들여다보기만 한다.

나는  계속 잠에 들지 않은 채 그저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다.



< 일탈 >


나는 누워 있다. 방은 어둠과 적막으로 가득 차 있다.

귀에 들리는 것은 오직 째깍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계 초침 소리뿐이다.

불을 하나도 켜고 있지 않아도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방안 곳곳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바깥에서 흘러오는 빛에 슬쩍 보이는 시계는 어느덧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다.

잠에 들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 3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누워서 TV를 켜거나 스마트폰 창을 바라봐도 되련만, 굳이 누워서 뒤척이며 방 안을 둘러본다.


깨끗이 정리된 가구들도 어렴풋이 보인다.

나는 구석에 침대와 함께 덩그러니 놓여 있다.

침대 가운데 대자로 누워있다.

이불은 따로 덮지 않는다.

그럼에도 날은 덥고 방 안은 습기가 차 있다. 누워있는 침대조차 눅눅한 기분이다.


나는 가만히 천장을 본다.

잠에 들지 않는 나는 이따금씩 지나가는 헤드라이트가 반가워 가만히 천장을 들여다보기만 한다.

나는 계속 잠에 들지 않은 채 그저 천장만을 쳐다보고 있다.


어떤 물리학자는 시간이란 실제로는 흐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사는 이 세계엔 시간이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흘렀다.

시간은 모두에게 가장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런 조건도 따지지 않는 평등함은 오히려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에 들고 싶지 않은 나에게도 시간은 흐를 것이고, 낮은 다시 돌아올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또 피곤한 낮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함에도

그저 잠에 들기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밤에 더 깨끗한 머리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때때로 아침이 고통스러웠고, 때때로 사람들은 나를 불성실하다거나 게으르다고 평가했다.


잠에 드는 것은 꽤 기분 나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잠에 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 버티다가 잠에 들었다.

기억조차 없이 그저 어둠으로 침잠하는 그 일은 나에겐 꽤 불안한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매일밤, 잠에 들고 싶어 하면서도 잠에 드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창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빛을 쫓는 것이 나의 밤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매일 밤 무얼 하느라 그렇게 피곤하냐고 물었다.

나는 잠이 오는 것을 열심히 방어하며 천정에 비춘 헤드라이트를 쫓는 내 눈을 쉽사리 설명할 수 없었다.

수면제를 처방받아 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안하지만 이미 처방받은 수면제는 내 방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나는 잠을 못 자는 것이 아니었다. 자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잠에 들고 싶지 않은데 수면제를 먹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날도 그렇게 헤드라이트를 쫓고 있었다. 깊은 잠에 들었던 지 몇 주는 흘렀을 것이다.

잠을 거부하다가 어쩔 수 없이 잠에 들고,

그렇게 2-3시간을 자다 일어나 겨우 사회생활을 해내는 일상이 몇 주간 계속되었다.

고요한 어둠 속의 헤드라이트는 내가 아직 깨어있다는 것을 실감시켜주는 것이었다.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사실은 꽤 나를 안정시켰다. 갑자기 피부에 찬 기운이 몰려든 것은 그때였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따로 켜고 있지 않았는데도 급작스럽게 서늘함이 나를 덮쳐왔다.


"그는 아직 잠들지 않았군."


어디선가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실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묵직함이었다.

한밤 중에 찬 기운과 함께 들려온 낮은 저음의 목소리. 그것을 듣자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꿈인가 싶어 소름 돋은 팔을 살짝 꼬집자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내가 들리나?"


저음의 목소리는 다시 한번 내 귀를 가득 채웠다. 나는 이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시세보다 좀 저렴하게 집을 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귀신 들린 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싸지는 않았다.

이 집에 3년 간 살며 처음 벌어진 일이었다. 이 상황의 낯섦이 온몸에 드러났다.

인테리어를 좀 해칠지라도 커다란 십자가를 놨어야 했나, 아니면 달마도라도.  


"놀라지 말게."


도저히 소리의 출처를 알 수 없다. 사방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누워 있던 침대 끝 모서리에서 나는 드디어 낯선 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서서히 눈앞에 나타났다. 까만 천으로 겨우 몸을 가린 한 남자의 오른손에는 투박하게 생긴 투구가 들려있다.

처음 본 존재였지만, 나는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그리고 죽음이 마치 성큼 다가온 듯 심장은 쿵 발아래로 떨어졌다.


"제가 죽은 건가요?"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죽음은 이렇게 친절히 마중 나오지 않아. 중력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네가 땅 아래로 내려오는 게 죽음이라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죽지는 않았다는 건가.


"제가 죽은 게 아니라면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죠? 지상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잖아요."

"날 잘 알고 있군. 세상은 날 잊은 줄 알았는데."

"세상은 여전히 당신을 잘 알아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그저 당신의 존재를 믿지 않을 뿐이죠, 하데스."


그렇다. 퀴니에를 들고 있는 명계의 신. 그는 하데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를 믿지도 않으면서 알아봐 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지금은 하데스를 칭송하던 그 시절이 아니다.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이 기초 지식인 세계에 살고 있다.

전 세계는 기술로 가득 차 있고 신화는 이제 믿음이 아닌 지식의 영역이 된 21세기.

다른 곳도 아니고 왜 대한민국 서울 땅에 그가 나타난 걸까.

  

"땅 밑에 있는 것도 질리는 일이거든. 숨 좀 돌리러 나왔는데 자네가 날 알아봤잖아.
  보통은 눈치채지 못한다고."

"그런 차림인데 어떻게 눈치를 못채요."

"이런 밤중에는 보통 자잖아."

"안 자는 사람도 많을 걸요."

"잠이라는 건 말이야. 매일 조금씩 죽어두는 거야.

  조금씩 조금씩 죽음을 경험하면서 진짜 죽음을 뒤로 물리는 거라고.

  매일의 작은 죽음을 제대로 경험 못하면 나중에 진짜 죽음을 맞이할 때도 힘들 거야."

"그거 슬픈 얘긴데요. 제대로 자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어쨌든 지금 죽는 건 아니라는 얘기네요."

"그래. 진짜 죽었다면 나를 명계에서 봤겠지."

"그래서 여기에서 뭘 하는 거예요?"

"몰라. 그냥 답답해서 나온 거니까."


답답이라. 하데스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세상이 무서워하는 존재. 세상을 거느릴 수 있는 한 세계의 왕.

심지어 각고의 노력 끝에 사랑스러운 아내를 차지한 유명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닌가.

배고플 일도 걱정할 일도 없을 것 같은 존재가 답답하다고 하니 철없는 투정처럼 느껴져 퍽 우습다.


"그럼 몰래 나왔다는 말인가요?"

"그래."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고요?"

"아마?"

"들킬 것 같은데요?"

"들켜도 어차피 늦었어."


그는 자연스럽게 내 침대에 걸터앉았다. 고대 그리스 복장이 영 우리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뭐가 답답한데요? 남부러울 것 없을 거 같은데"

"그런 시선이 답답하지. 남부러울 것 없지 않냐는 시선."

"배부른 투정 아닌가요?"


그는 나를 슬쩍 쳐다본다. 눈이 조금 원망스러운 것도 같다.


"빛도 안 드는 지하 세계에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네."

"그건 그렇죠. 그런데 딱히 불만도 없지 않았어요?"

"지금까지는 그랬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중에는 재밌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고요."

"맞아. 그들 얘기를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아내 분이랑도. 억지로 끌고 가신 것 치고는 사이가 좋으시잖아요?"

"억지로 안 끌고 갔어. 서로 마음에 들어서 페르세포네가 못 이기는 척 온 거야.

  인간들은 하여튼 자극적으로 각색하기 좋아하지."

"근데 뭐가 답답하죠? 공적으로 사적으로 다 성공하신 것 같은데요."

"나도 그걸 모르겠다는 말이야. 딱히 변한 건 없는데 내가 그냥 답답해.

  갑자기 지하세계가 답답하고. 죽으러 오는 놈들은 억울하다고 우는 놈, 슬퍼서 우는 놈,

  살고 싶어 우는 놈, 개운하게 온 놈, 각자가 와서 다 얘기를 풀어놓는데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가,

  요즘엔 그냥 다 질리고 말이야."

"번아웃이에요?"

"번아웃이 뭔데?"

"너무 일 많이 해서 다 질리고 우울한 거?"

"그건가? 어쨌든 페르세포네랑 결혼한 지도, 까마득해.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녀도 나를 많이 아끼고. 심지어 우리는 장거리 커플이라 더 애틋한 그런 게 있거든.

  그런데 그냥, 그래. 매일 너무 똑같아."

"권태기예요?"

"모르겠어. 어쨌든 여러모로 답답해."


내 눈앞에 우울증 걸린 죽음의 신이 있다. 상담 전문가를 소개해줘야 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형제들끼리 어디 다스릴지 얘기할 때 조금 더 욕심을 낼 걸 그랬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우울하다는 사람, 아니 신을, 그것도 죽음의 신을 앞에 두고

주거침입이니 나가라 하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우울증 걸린 죽음의 신을 언제 또 만나겠는가.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댔다.


"바다도 영겁의 시간을 다스리면 답답하지 않았을까요?"

"그런가."


생각해 보면 그 오랜 시간을 명계만 다스렸는데 권태감이 지금에서야 왔다는 게 더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올라오면 좀 나은가요?"

"여긴 내가 결정하거나 책임질 게 있진 않으니까. 좀 숨은 트이네."

"가끔 그렇게 환기시키는 게 좋다고는 하더라고요."

"정말 오랜만에 올라오는 거긴 해. 듣던 대로 너무 많이 바뀌었군."

"명계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가요?"

"내려온 놈들이 뭐 하겠어. 밑에 세상도 다 바꿔놨지. 생겨먹은 건 여기랑 똑같아.

  다른 건 여기선 내 영향력도 없고 결정할 것도 없다는 거지, 뭐."

"여행이네요."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네."


그는 사실 행복한 왕이었다. 신화가 믿음이던 그 시절,

생명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데스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했다.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두려워서 그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다.

하지만 실은 제우스나 포세이돈보다도 그는 행복했다고 한다.


"포세이돈이나 제우스나 중력을 거슬러야 했지. 세상을 다스린다는 건 그런 거야.

  자연의 섭리를 누르고 위로만 올라가려고 하거든. 올림푸스가 왜 그런 꼭대기에 있겠어.

  섭리를 누른 자가 지배를 얻는 거라고."

"지금도 그건 똑같아요. 사람들은 자꾸 건물을 높이 세우려고 아등바등,

  더 높이 날아보려고 비행기도 날리고, 우주선도 날리고 하거든요.

  회사에서도 위로 올라가려고 난리고요."

"근데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거든. 자연스럽게 중력을 따라 내려가면 됐어.

  자연이 시키는 대로 말이야. 그래도 자연스럽게 나는 왕이라 불릴 수 있었어"

"그렇군요."

"그게 꽤 만족스러웠거든"


그는 씩 웃어 보였다.


"그런데 오히려 요즘은 그런 면이 싫어졌다는 건가요?"

"그런 것 같기도 해. 사실 스스로 잘 모르겠어. 왜 그러는 건지."

"죽은 사람들 얘기는, 살아있는 콘텐츠잖아요. 재밌을 것 같은데요.

  오르페우스 같이 명계를 찾아 모험을 떠나오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예전에 오르페우스가 살던 시절에는, 그래, 죽음을 뚫고 명계를 찾는 사람도 있었지.

  그때 그 음악은 기억이 안나도 그 가슴 두근거림은 기억이 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었거든"

"요즘에도 가슴 두근거리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많은 걸요."

"그걸 가지고 명계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사람은 없어졌어."

"그건 그렇죠."

"사람들은 더 이상 나도, 명계의 존재도 믿지 않거든.

  모험을 한다고 하면 무슨 사업이 어쩌고, 브랜드가 어쩌고 그런 얘기나 하고 그런다고."

"그때 그 시절이 좋았다 뭐 그런 마음인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는 이미 사람들에게 믿음을 잃고 허구가 된 신이니까.

그렇지만 사람들이 믿지 않는 이때에도 그는 꿋꿋이 명계를 지켜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예전보다 지금 당신을 더 매력 있게 느끼는걸요."

"그런가?"

"음, 잠시만요."


나는 태블릿 PC를 급하게 집어 하데스를 검색한다. 하데스는 어디에도 나와있으니까.

영화, 게임, 웹툰 같은 곳에서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악역이지만, 또 이런 웹툰에서 당신은 갑부 로맨티시스트예요.

  [ 하데스 ]의 위엄은 줄었을지 몰라도 캐릭터는 점점 더 매력 있죠."


나는 급히 인터넷으로 검색한 하데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 근데, 이 만화 재밌는데? 풀버전은 없나?"

"만.. 화? 풀... 버전? 그런 말도 알아요?"

"응. 오랜만에 올라왔더니 이런 재밌는 게 있었네."


그는 즉시 내 태블릿 PC를 낚아채 가더니 지가 주인공인 웹툰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다.


"재밌어요?"

"응. 흥미롭네."

"본인 얘기거든요."

"어차피 내 얘기 아니잖아. 내 이름만 빌렸다 뿐이지."


유명세를 타는 사람, 아니 존재들은 다 저런 게 익숙한가?

내 집에 우울증 걸린 명왕이 찾아와 웹툰을 읽고 있다. 이걸 누가 믿어?




그는 그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우리 집에 들르기 시작했다.

페르세포네랑 권태기라더니 정말 권태기인 건지 아내가 찾는다 어쩐다는 말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 집에 와서 딱히 하는 것이 없다. 그저 웹툰을 읽거나 예능을 보거나 하는 것뿐.


"확실히 한국 콘텐츠가 재밌는 거 같아."


저기요. 외국인 친구처럼 말하지 말아 주실래요?


"아니, 우리 집 언제까지 올 거예요?"

"이거 다 읽으려면 멀었단 말이야."

"아니, 돈도 많은 신이... 그냥 태블릿 PC 하나 사서 내려가세요."

"이 모습으로?"


양팔을 벌리고 빤히 날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어이없음이 담겨 있다.

하긴 어떤 사람은 보면 기절할 것 같긴 한데, 근데 어이없는 건 저거든요.


"돈 주시면 제가 대신 사드릴게요."

"이거 갖고 내려가도 이 웹툰은 지상에 밖에 없는걸."

"아니, 이용료를 내시든가요. 쿠키 구워놓으면 다 가져가시고. 잠도 편히 못 자게 하고"

"자라니까? 난 이거 보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준다고."

"왜 꼭 우리 집에서 보는 건데요."

"누가 날 알아보래?"


저 뻔뻔한 신을 보소.


"어디까지 읽었어요?"

"이제 40회 차야."

"너무 느린 거 아니에요?"

"너는 진짜 차도 한 잔 안 내오면서 말이 많아."


그는 웹툰에 질리면 가끔 유튜브도 한다. 요즘 뉴진스에 빠져있다.


"굿즈도 좀 사다 주고 그러면 좀 좋냐."

"진짜... 가지가지하시네요."

"뭐랄까. 요즘은 좀 살 맛나는 느낌이야."


우울증에 걸렸던 명왕이 이젠 살 맛난단다. 이게 콘텐츠의 힘인가.

좋아진 건 좋은데, 내 개인 시간이 침범당하는 느낌이다.


"아, 몰라. 거실 가서 봐요! 난 잘 거니까."

"어차피 잘 못 자는 거 내가 아는데."

"이젠 잘 자거든요?"

"다 내 덕분이지."


저 뻔뻔한 신이 뭐라는 걸까.


"차는 없고 장에서 믹스커피라도 꺼내 드시던가요. 가기 전에 패드 충전해 놓고 가요! 제발요!"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등을 돌린다.

한참을 조용하고 나도 눈꺼풀이 감기나 하던 찰나에 갑자기 그가 흔들어 깨운다.


"이 봐, 이것 봐봐! 이번 편 대박이야!"

"아 쫌!"




"애 좀 그만 괴롭혀요."

잠의 신 히프노스가 겨우 잠든 그 옆에서 툴툴거린다.

"애가 반응이 재밌잖아."

하데스는 장난기 그득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명왕이 그렇게 웃는다는 걸 알면 위엄이 서겠어요?"
"그러니까 명계 밖에서 노는 거 아냐. 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페르세포네도 그렇고, 제우스도, 저희 어머니도 그냥 넘어가고 있는 거 아시죠?
  적당히 즐기다 돌아가세요"
"그럴 거야."
"사춘기도 제 때 겪어야 사춘기예요."
"넌 정말 말이 많아. 적당히 재우고 가. 나도 슬슬 돌아갈 테니까."
"전 정말 명왕이 걱정이에요."
"알았다니까. 빨리 니 일이나 해."
"아휴, 정말."

명왕은 귀찮다는 듯 다시 태블릿 PC로 눈을 돌리고, 히프노스는 그가 잠들 수 있도록 도왔다.
그건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왕의 일탈을 돕고 있는 한 인간에 대한 신의 배려였다.




평온한 기분으로 눈을 뜬 아침.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다는 생각과, 평일의 걱정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생각이 겹치며

입에는 기분 좋은 호선이 걸린 그런 날이었다. 눈을 뜨기 전까진 말이다.


"아니, 아직도 안 갔어요?!"


새로운 웹툰에 푹 빠져 있던 하데스는 결국 집에 가는 걸 잊은 모양이었다.


"아, 일어났군."

"아, 일어났구운?"


기분 좋은 토요일 오전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다.


"이럴 거면 월세도 내고 전기세도 내든지."

"죽고 나면 평생 내 땅에 살 거잖아. 생색은."

"지하세계는 왕이 없어도 안 망하고 잘 굴러가나 봐요."

"원래 왕이 나설 때가 위험한 거야."

"이제 가요. 다들 찾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너가 나 대신 가는 건 어때?"

"어딜요?"

"명계."

"... 먹이고 재우고 다 했더니 죽으라고요?"


그러자 그는 껄껄 웃었다.


"사람이 안 죽고 명계에 가는 방법은 하나야. 내가 허락할 때."

"내가 왜요?"

"내가 이 웹툰을 다 안 읽었으니까. 뒷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못 갈 것 같아."

"아니, 그럼 당신 없이 나 혼자 명계에 가라고요?"


죽음의 세계에 하데스 없이 평범한 인간인 나 혼자 가란다.

자고 일어났더니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해댄다.

황당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씩 웃더니 침대 위에 앉아있던 내 어깨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침대 건너편 거울에 비춘 내 모습은 하데스가 되었다.


"이게 뭐하는 거예요?"


하데스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내 머리 위로 퀴니에를 푹 씌운다.

그러자 거울에서 내 모습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가서 반나절만 나인척 해줘. 피곤하면 퀴니에를 쓰고 몸을 숨기면 돼."


그는 내 어깨를 툭 밀었다. 정신 차리니 나는 이미 어떤 화려한 침실에 서 있었다.

그의 방이었다.




"당신, 도대체 요즘 어딜 나다니는 거예요?"


뒤에서 어떤 여자의 날카로운 음성이 귀를 때렸다.

깜짝 놀란 나는 뒤를 돌아보자 웬 아름다운 여인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어디 또 다른 님프라도 꼬시고 있는 건가?"


그녀의 목소리엔 날카로움과 장난기가 공존했다.

그 애정 어린 목소리에서 나는 그녀가 페르세포네임을 깨달았다.


"무,,, 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요즘 인간계가 좀 시끄럽다는 얘기가 있어서 무슨 일인가 살펴보러 다녀왔어."

"....... 인간계?"

"그래."

"거기가 여기랑 무슨 상관이라고요."

"뭐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별일 없더라고."


그러자 그녀가 등짝을 가볍게 내리쳤다.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요즘 안 그래도 명계에 내려오는 인간이 급격히 늘어서 일거리 늘어난 줄 알면서!"

"좀 쉰다고 다녀온 거야."

"아이, 빨리 집무실로 좀 나가요. 오늘 <국민 신문고> 에 생방송 나가기로 한 거 잊었어요?

  안 그래도 늘어난 인구수 때문에 방송을 몇 시간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요"


페르세포네는 혀를 차며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대면? 방송? 이게 다 무슨 말인가?


"방... 송?"

"설마... 오늘 라이브로 사람들의 불편함을 들어주겠다고 해서 그나마 원성 잦아들었는데,

  그 방송 촬영이 오늘인 걸 잊어버린 건 아니죠?"

"방송?"

"어머, 이이가 진짜 잊어버렸나 보네?"

"방소옹?!"


하데스, 이 신이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보다.

평범한 일개 대한민국 국민은 죽음의 땅에서 사람들 앞에 서게 생겼다.

하, 이 일을 어쩌지.

눈앞이 까맣다.




몸이 안 좋다든가 아무래도 오늘은 제대로 된 대답을 못할 것 같다고 뒤로 빼봐도

페르세포네나 주변인들은 내 얘길 들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원래 몸으로 돌리고 내가 하데스가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원래 몸으로 돌리는 방법은커녕 이 세계를 나가는 방법은 모른다.

퀴니에를 쓰고 튀려고 했는데 페르세포네의 손이 얼마나 빠른지 투구마저 뺏겨 버렸다.

옴짝달싹 않고 생방송에 나가게 생겼다.

아, 모르겠다. 내가 하겠다고 했나.


"안녕하세요, 하데스님. 저번 방송 이후로 반년 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죠?"


예쁜 여자가 와서 싱긋 웃으며 인사해 왔다.


"아, 오랜만...이네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왜 이렇게 긴장하셨지? 긴장하신 건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하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요."

"근데 하데스님 왜 이렇게 공손한? 말투로 말씀하세요?"

"아?"

"원래 존대 전혀 안 하시잖아요."


아, 하데스의 말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신이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


"하하, 내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신도 정신이 없을 때가 있어요?"


방송을 위해 몸단장을 마친 페르세포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껏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도 마. 애들 주사 맞힐 때보다 내 남편 여기 데려오는 게 더 힘들었으니까.

  아니, 어쩜 점점 더 철이 없어지는지."

"두 분은 점점 더 사이가 좋아지시구요."

"사이가 좋기는"


페르세포네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흘겨봤고 나는 어색하게 다른 곳을 쳐다볼 따름이었다.

잔뜩 긴장한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페르세포네는 귀에다가 대고 속삭였다.


"억지로 데려왔다고 그러는 거예요?"

"뭘..?"

"당신 오늘 말투도 좀 이상한데, 무엇보다 나를 안 쳐다보잖아요."

"몸이 안 좋아서 그렇지. 하하."

"근데요, 당신."

"응"

"당신 왜 아까부터 반말이야? 오늘부터 우리말 놓는 거야?"


하, 하데스. 인수인계 이따위로 할 거야?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인간계에 전염병이 돌면서 명계에 급작스럽게 너무 많아진 인구수 때문에

  당장 잘 곳이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입니다."

"임시 보호소에도 자리가 없어서 한 방에 네 명씩 머무는 걸 알고 계십니까?

  그 마저도 모자라서 난리예요."

"제가 죽고 이곳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요.

  적응을 위해 제공하시는 임시보호소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얘기예요.

  근데 아직까지 제가 앞으로 지낼 생활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단 말입니다.

  인간계에 있을 때도 먹고살 걱정을 한 적이 없는데, 죽고서 먹고살 걱정을 하게 생겼어요."


패널들의 목소리가 한 데 뭉쳤다.


"여러분. 여러분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계를 급습한 역병 때문에 저희도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게 사실입니다.

  인간계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처음이다 보니 전염병으로 죽는 인구수도 상당해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몰려든 건 실로 오랜만의 일입니다. 저희도 빠른 조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페르세포네 님, 문제는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벌써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아니 하데스님, 오늘 왜 말이 없으십니까? 이 문제에 대해 말씀을 좀 해주세요."


그러자 모두의 눈이 나를 향했다. 카메라의 깜박이는 빨간 불도 말이다.


"우...선 모두가 머물 곳을 살펴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합니다."


그러자 페르세포네가 허벅지를 꼬집으며 귓속말을 했다.


"오늘 정말 말투가 왜 이래요?"

"걸..릴 듯하네."

"그게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그건 우리도 파악해 보겠네."


그러자 페르세포네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럼 지난 6개월 동안 아무것도 파악을 못하셨다는 말입니까?"


여러 패널들의 원망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나는 눈앞이 핑글 거 린다.

아무 말이나 지껄이면 되려나, 입을 열려는 순간

페르세포네가 우아하게 웃으며 들고 있던 부채를 펼쳐 들고 내 입을 살짝 가렸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늘 아침부터 명왕께서 몸이 안 좋으셨는데 정말, 많이 안 좋으셨던 모양이네요.

  오늘은 제가 대신 설명드릴게요. 간척사업은 이미 끝나 새 땅을 마련했습니다.

  이 일이 발생하고 간척한 구간이 새롭게 유입된 인구의 80%까지는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에요.

  생활 터전까지 마련하는 건 60%까지 커버된 상태이고 이번 달까지 80%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일자리와 복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인데 이 부분은 당분간 복지로 어느 정도 커버할 생각입니다.

  올림푸스에서도 이 일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약속하셨어요.

  완전한 정상 복구까지야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제 명계로 들어오는 인간수가 급격히 줄어든 만큼

  터전 마련까지는 어떻게든 3개월 안에는 끝내볼 예정이에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패널들은 조금씩 수긍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푸스에서의 지원은 어느 정도 진척이 이루어진 상태입니까?"

"지원은..."


그녀는 말을 이어가며 부채를 들었던 손을 내려 내 손을 꼭 쥐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내 손을 짓누르자

그 뒤로 나는 입을 한 마디도 열 수 없었다.




촬영이 끝나고, 성으로 돌아오자 그녀는 사람들을 시켜 과일을 좀 꺼내오라 명했다.

식탁 위에 과일이 놓이자 나를 앉히고 주변인을 물렸다.


"이것 좀 드세요."


나는 페르세포네가 어떻게 이 세계에 남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명계의 음식을 목으로 넘기는 순간 나는 이 세계에 남을 수밖에 없다.

나는 괜히 손사래를 치며 일어나려 했다.


"됐어요. 몸이 안 좋아. 입맛도 없네요."


페르세포네는 씩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지하세계 음식이 아니라, 친정에서 가져온 인간계 과일이에요.

  손님께선 걱정 말고 마음껏 드세요."


나는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우리 그 이는 지금 어디 있나요?"

“아... ?”

“남편들이 이래요. 모르는 척 하면 선을 넘는다니까요? 후후”


그녀의 여유로운 웃음에 뒷골이 오싹해졌다.



 

페르세포네는 곧 내 모습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주었다.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하데스가 얼마나 멋대로 굴었는지 잘 알겠다는 듯

그녀는 여러 번에 걸쳐 나에게 사죄했다.

그녀의 친절함에 나는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고,

불편함이 너무 무거워 감당할 수 없을 때쯤 그녀를 데리고 내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 들킨 거야?"


하데스는 들킨 것조차 즐거운 듯 싱글거렸다.


"들킨 거야아? 얼마나 황당했는 줄 알아요?"


나는 억울한 얼굴로 하데스에게 따져 물었다.


"정말, 점점 철이 어디로 드는 건지."


페르세포네는 입에는 미소를 걸친 채 혀를 차며 그에게 다가갔다.


"당신, 오늘 방송 잊고 있었어요?"

"페르세포네. 내가 뭐 잊는 거 봤어요?"

"심지어 뻔뻔하네요."

"조금만 기다려요. 완결까지 딱 10편 남았어."


페르세포네는 그녀 특유의 미소를 유지한 채 그의 귀에 대고 뭐라 속삭였다.

그러자 그는 그제야 아이패드를 손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어. 이렇게 들켰으니 이제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야."

"에? 갑자기요?"

"왜, 이제 와서 아쉬운가?"

"그럴 리가요."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나면 또 만나게 되겠지. 그땐 내 세계에서 만나자고.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자네를 기다리지. "


나는 그의 이야기가 진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정말 내가 죽기 전까지 다신 만나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


"급작스럽지만 잘 가요."

"잘 있게."

"이젠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


점차 사라지는 그가 이렇게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가면 4차 산업 시기의 콘텐츠 산업 발전에 대해 논의해 볼까."


페르세포네가 사라지기 전에 나는 물었다.


"도대체 뭐라고 하셨길래 순순히 돌아가시는 거예요?"

"앞으로 10편 다 보면 10년 내내 친정에만 있겠다고 했어요."


10년 동안 빙하기가 찾아올 뻔했군. 부부 권태기는 무슨. 그냥 투정이었구먼.

피식 웃는 내 얼굴을 보고 페르세포네도 피식 웃어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오늘도 나는 누워 있다. 방은 어둠과 적막으로 가득 차 있다.

귀에 들리는 것은 오직 째깍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계 초침 소리뿐이다.

밤은 전과 같지만 나는 더 이상 잠에 드는 것이 두렵지 않다.


- 잠이라는 건 말이야. 매일 조금씩 죽어두는 거야.

   조금씩 조금씩 죽음을 경험하면서 진짜 죽음을 뒤로 물리는 거라고.


그러고 보면 나는 매일 찾아오는 죽음이 조금은 두려웠나 보다.


- 이 봐, 이것 봐봐! 이번 편 대박이야!


이젠 잠도 죽음도 두렵지는 않다. 어처구니 없게 철딱서니 없는 것이 죽음이니까.

가끔 나중에 죽어 명계로 내려갔을 때 하데스가 차려 놓을 진수성찬을 생각한다.

그와 얘기할 때 즐겁게 얘기하기 위해, 나는 매일 오는 작은 죽음을 기꺼이 맞이한다.

오늘도 깊은 잠에 빠질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황 제시] | 시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