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랑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어갈 때의 하늘을 좋아한다. 흔히 그때의 시간 흐름은 ‘서서히’ 진행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경계에서 그것을 골몰히 바라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단 몇 초의 시간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몇 초를 마주하기 위해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미련 없이 물러나는 밤의 기운과 제아무리 검은 하늘이어도 삽시간에 보얗게 만들어버리는 낮의 기운이 마치 옷을 벗듯 훌러덩, 한 번의 몸짓에 뒤바뀐다. 낮의 기운이 검은 한 점 없이 말개지면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햇수로 4년, 모든 날 밤과 낮의 경계를 기웃거리진 못했지만 기간 동안 대부분 준비된 아침을 맞았다. 누군가 나에게 왜 새벽에 일어나는 거냐고 묻는다면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 먼저 기다렸다 맞는 아침은, 아침이 와서 나를 깨웠을 때보다 훨씬 더 호기로울 수 있다고. 별수 없이 일어나 기계적으로 맞는 지루한 일상을 마지못해 살아내는 것보다 아주 조금은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모든 아침이 하루도 같지 않다는 것을 매일 배운다. 같지 않은 하루의 시작에서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오늘은 무엇을 하며 보낼까?
오늘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오늘은 얼마큼 다정할 수 있을까?
여행 전날이라던가, 소개팅 직전이 아니다. 늘 같은 사람들과 모임을 하고, 같은 일정을 치르며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지만 모든 순간 속에서 나는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그것을 느낀 후부터 나의 시간은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수십, 수백 회에 이르는 독서모임이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고, 수많은 날 바라본 달이 같은 빛을 낸 적은 결코 없다. 아무리 굳게 마음먹었다 해도 찰나에 쉽게 무너져 버리는 게 다정이니 다정하기조차 쉬웠을 리 만무하다. 어제 마주쳤던 금목서가 오늘의 금목서가 아니며 어제 인사를 나눈 옆 동 사는 친구는 오늘의 친구와 다르다. 단 한 점도 같은 구름이 없듯 세상 속에서 조우하는 것들은 두 번의 찰나 없이 매 순간 지나가고 바뀌고, 사라지고 새로이 생겨난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될 수 없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내가 될 수 없으니 매 순간 나의 감정과 표정과 생각과 몸짓을 수시로 떠올릴 수밖에. 질문을 던져봄으로 오늘을 준비하는 나를 만나는 시간, 뜨겁지 않을 수 없고,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매년 ‘올해의 키워드’를 정한다. 올해는 ‘바라보기’다. 가능한 한 내가 바라보는 대부분의 것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나에게 오늘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침이다.
잇글 3기 '질문 또는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