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겨울

겨울꽃

by 박현

한라산 눈꽃 산행이 백미인 겨울의 절정에서 제주섬에는 꽃이 핀다.

보목해안도로 길섶에는 수선화도 피기 시작한다. 하얀 꽃잎에 노란 수술이 단아하지만 강인함이 느껴진다.

섶섬을 가까이 마주하는 섬도코지에는 외래종인 칸나가 지더니 유채꽃이 피고 있다.


지금 제주는 야생화 피고 지는 거친 세상,
겨울 바닷가에 흔하디 흔한 보랏빛 해국을 만나다.


처음 해국을 만난 것은 소천지에서였다.

바위에 숨어서 연보랏빛 꽃을 피워낸 해국은 바람에 맞선 모습이었다. 하효항이 보이는 게우지코지에서는 바위 틈틈이 피어난 해국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해국이 지더니 산국이라는 노랗고 작은 꽃이 마구마구 피어난다.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털머위라는 꽃을 만난다. 돌담 밑에 누워 있는 것을 보니 그늘에서도 잘 자라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노란빛은 밝고 선명하다. 햇빛 좋은 날 마당을 살펴보니 괭이밥이라는 꽃이 피어있다. 다섯 개의 꽃잎과 곧은 꽃자루가 단정한 모습이다. 며느리밑씻개라는 꽃은 대단한 발견이다. 꽃 모양을 자세히 보면 사람 모양으로 보아 이목구비가 바르다.


바닷가에서는 바람에 맞서는 것이 들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나무는 우묵사스레피나무다. 꽃봉오리가 하얀 열매 같은데 그게 벌어지고 꽃이 핀다. 제주 바닷가에 자생하는 돈나무는 그 열매가 붉은 꽃처럼 열린다.


마을 입구에서 팽나무와 마주한 동백나무 두 그루가 붉은 기운을 뿜어낸다.


제주의 겨울을 대표하는 꽃은 그 이름처럼 '겨울에 피는 꽃' 동백이다.

보목마을 입구에도 낮게 가지를 드리운 팽나무와 동백나무 두 그루가 서로 마주 보듯 서 있다. 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토종 동백은 이제 꽃망울이 맺혀가는데 두껍고 푸른 잎이 더 짙어가는 것 같다. 애기동백은 제주의 겨울을 대표하는 꽃으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하얀 눈이 꽃봉오리를 덮으면 더욱 아름답겠지만 여기 서귀포에서는 아직 눈구경을 못하고 있다.


집 마당 한편에 선 매화나무에도 꽃망울이 올라온다. 잎보다 먼저 터지는 성질 급한 매화를 보니 봄이 멀지 않았나 보다. 가장 먼저 벚꽃이 개화하는 위미마을의 분홍빛 축제가 기다려진다.


나는 이름 있는 꽃보다 이름 없는 들꽃에 더 관심이 간다. 야생화는 아직 제철이 아니다.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 등 야생화 삼총사는 곧 나들이 채비를 할 것이다. 들꽃을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름과 곶자왈을 걷을 것이다. 제주의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벌써부터 설렌다.

작가의 이전글겨울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