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바다

공천포 예찬

by 박현

공천포 바다는 하효와 위미 사이에 숨어 있다.

빨간 등대가 있는 망장포 방파제에서 옛 포구를 지나 조금 내려오면 공천포 바다와 만난다. 바다 뒤로는 푸른빛을 두른 한라산 자락이 펼쳐지고, 바다 앞으로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지귀도가 보인다. 섬은 수평선 위에 떠 있는 긴 나룻배 같다.




공천포는 빛나는 바다다.

바다는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그 빛이 언제나 같다.

시각에 따라 바뀌는 빛의 세기로 질감이 달라질 뿐 잿빛은 그대로다.

작은 해변은 검고 둥근 자갈로 덮혀져 있다.


마을과 경계를 이루는 몽돌 담장이 둘러져 길을 내고 있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담장 틈새로 난 계단을 내려 바다를 바라본다.


공천포는 소리를 즐길 수 있는 바다다.

세찬 파도가 물결을 타고 올라와 하얀 물방울을 쏟아낸다.

살며시 뒤로 물러가면서 맑은 소리를 들려준다.

바닷속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 같다.


용천수가 바다와 만나는 곳은 재갈매기 세상이다.

그들은 흰 몸매에 잿빛 날개를 가졌다.

맑은 샘물에서 놀다 한껏 날아오를 때 날개는 태양 빛 속에 숨어든다.


나는 어린애 같이 깔깔거리는 유희에 웃음이 난다.


공천포는 내가 사랑한 바다다.

혼자라면 나는 여기 작은 신례리 마을에서 살아갈 것 같다.

아침마다 바다를 산책하고 해가 지고 나면 밤하늘 별을 보겠다.

그렇게 시간을 깜박거리며 채워 가겠다.


이곳에서는 매일 밤마다 한 편의 시를 쓸 것 같다.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사랑하지는 않고 맘껏 그리워만 할 것 같다.

미움의 찌꺼기를 남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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