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 읽기(14) 네루다의 시
네루다의 시는 삶의 부분을 노래하지 않는다. 전체를 노래한다.
사랑에 대해 쓰는 일은 시인에게 시를 통해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일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네루다는 보여준다. 네루다에게 시는 개인적인 체험을 넘어 공동체의 인식으로 넘어간다.
네루다는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1924년)에서 사랑을 노래했다.
사랑에서 이별, 절망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마치 롤랑 바르트의 산문을 읽는 것 같다. 그런데, 시인이 사랑을 노래하는 방식이 사실적이다. 시인은 밤하늘 머리 위에 빛나는 별을 배경으로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때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다"라고 고백한다. 그것은 “너를 사랑해”라는 현재진행형의 고백이 아니다. 과거형의 사실적인 표현을 사용해 사랑의 체험을 가장 극적으로 나타낸다.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노래했던 네루다는 스페인 내전을 계기로 사회 참여를 선언한다.
칠레 출신의 정치인, 외교관이기도 했던 그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후 발간된 시집 『거대한 노래』(1950년)는 라틴아메리카의 억압과 저항의 기록이다. 이 방대한 시를 읽는 것은 스페인 문학 전공자에게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시집에 수록된 「마추픽추의 높이에서」라는 시는 네루다가 고대 잉카제국의 유적지를 방문한 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인은 그곳에서 안데스 산맥을 넘어 돌을 나르고 깎고 쌓아 고대 도시를 건설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는 마추픽추의 침묵 속에서 민중의 음성을 들었다. 너희들이 그 돌을 옮겼고, 너희들의 피가 이 벽에 배어 있다"
네루다의 시는 곧 그의 삶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왕성한 정치 활동을 했고, 스페인어로 쓴 사실적이고 비장한 문장 속에는 삶의 진정성과 따뜻한 연민이 배어있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조망하고 싶었던 그의 시를 읽으며 인간이 빠진 이념의 시가 문학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uedo escribir los versos más tristes esta noche.
Escribir, por ejemplo: “La noche está estrellada,
y tiritan, azules, los astros, a lo lejos.”
El viento de la noche gira en el cielo y canta.
La quise, y a veces ella también me quiso.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쓸 수 있겠다: “밤은 별들로 가득하고,
푸른 별빛은 멀리서 떨고 있다.”
밤바람은 하늘을 돌며 노래하고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때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다.
- 네루다의 시『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20번째 시 중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