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평생 책임질게
2021년 3월 22일. 테오의 출생 89일째. 내가 테오와 사랑에 빠진 날이다. 그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2021.03.22. 월요일
오늘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다.
테오가 나에게 안겨서 (정확히 말하면 매달려서) 나를 올려다보며 내 눈을 3분 동안 가만히, 정말 가만히 응시했다. 얼굴 전체에 매우 편안하고 옅은 미소를 띠고서, 반짝거리면서도 따뜻하고 그윽한 눈빛으로, 아주아주 찬찬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테오의 그 눈빛과 표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를 찾을 순 없지만 내가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눈빛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 우리 둘은 그렇게 서로의 눈을 한참 동안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런 게 바로 사랑의 눈길이구나 싶었다. 사랑했던 옛 연인들에게서도 이런 눈길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 눈이 카메라여서 이 순간, 이 눈빛, 이 표정을 내 눈 속에, 내 뇌리에 영원히 각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동안 나를 쳐다보던 테오의 눈이 어느 순간 점차 느리게 감기기 시작했다. 깜-박. 또 한 번 깜-박. 몇 번을 그러더니 눈이 이내 스르르 감기며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잠이 들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고 방긋이 웃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내 품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행복하면서도 고마웠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고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어서 부족한 글솜씨로 나마 꼭 기록해두고 싶었다.
처음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는 엄마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하지만 나는 테오를 처음 마주했을 때 사랑보다는 안도감과 대견함을 더 크게 느꼈다. '잘 버티고 건강하게 태어나주었구나' 하는 마음. 그러고 나서 첫 한 두 달은 이 조그맣고 조그만 생명을 어떻게 케어해야 하나, 혹여나 잘못될까, 내가 실수를 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여유가 없었다. 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아기도 신생아 시기를 벗어나 사람이 되어가던(?) 89일 차에 나는 테오와 진정으로 사랑에 빠졌다.
물론 그 전까지도 테오가 말할 수 없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테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으며 행복했다. 하지만 이 날의 경험은 정말이지 특별했다. 테오와 눈을 맞추며 '나를 이런 눈빛, 이런 표정으로 바라봐주는 너를 내가 평생 책임질게'라는 오글거리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생겨나더라. 그 눈빛을 캡처해서 남겨놓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생생하게 각인되어 아주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