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생활식서의 쌀 정기배송 운영기 ②
곡물은 신선한데 왜 우리는 신선하게 먹지 못할까의 답을 찾던 와중이었습니다. 먹을 만큼만 자주 사 먹는 게 답이지만 방법이 없었고 작게나마 베타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어떨까 하여 직접 정기 배송 서비스를 운영해보고자 마음먹었죠.
정기 배송 서비스 준비의 핵심이자 첫출발은 바로, 농부 찾아 삼만리였습니다. 이제야 돌아보면 참 무모했습니다. 주변 지인을 통해 추천받아 무작정 전국 8도를 다녔고, 참 많은 농부님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도 마주하게 되었죠. 쌀을 소분해 온라인으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것에는 열이면 열 모두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다만, 그렇게는 안 한다는 것이죠. 왜냐는 제 질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한 번에 농협, 정미소에 팔아버리면 그만인 일을 일일이 주문에 따라 도정하고 배송하고 너무 번거롭다는 것이죠. '젊은 농부들 찾아가 봐요.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이런 거 못해, 안 해'
청년 농부들이라 해봤자 동네에 가장 젊은 농부님들 연령이 40대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농부님들을 만나며 농사의 어려움, 불안정함 그리고 무엇보다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도 낱낱이 전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품질의 쌀을 재배해도 소비자의 식탁에까지 전해지지 않는 그 답답함이 가장 충격이었죠.
요즘 온라인 좋죠. 더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직거래를 한다고 합디다. 그렇지만 말이에요. 우리가 농사나 지었지 소비자를 알 턱이 있습니까. 어떤 걸 필요로 하는지 알기 어렵죠. (경기도 김포시 농부님)
다가가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농부님들이 꽤 많았고, '도시의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죠.
개인 농가와 협업을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펑크와 함께 연락이 두절되는 일도 있었죠. 고객은 기다리는데 제 손에 쌀이 없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있습니다. 신선 쌀을 식탁에 올리고 자하는 니즈를 공감하는 농부님이요. 너무나도 운이 좋게 가장 처음 방문했던 농가의 김포 농부님은 변화하는 트렌드에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가운데 저를 만나셨죠. 농사의 노하우는 당신이 가지고 있으니 도시의 목소리에 맞게 잘 구성해보라 응원해주셨죠. 그렇게 첫 정기배송 품종이 선정되었습니다.
경기도 김포의 고시히카리가 선정되기까지 자체적으로 맛 테스트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평소 고시히카리를 꾸준히 먹어 온 사람들, 맛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 등을 대상으로 말이죠. 경기도 김포의 고시히카리는 굉장히 좋은 반응과 맛에 대한 높은 평가를 통해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그렇게 메인 쌀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덧
지금은 경기도 김포 농부님의 팬들이 생겼습니다. 농부님이 재배하시는 다른 품종은 없는지 문의가 들어올 정도니까요. 고객들의 리뷰를 들고 농부님을 만나러 김포로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농부님도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하셨어요. 그러면서 고객들에게 꼭 전해달라 하시더라고요.
내가 현대 생활식서 보내는 거만큼은 제일 좋은 걸로 보낼게.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맛있게들 먹었다니 너무 좋네.
현대 생활식서 by 현식이
단순히 살기 위해 먹는 시대에서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식(食)'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식(食)'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잘 먹기 위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고민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