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트럭 앞

퇴근길,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겨울의 온기



퇴근길 지하철역 출구를 나서는 순간,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하얀 트럭이 보였다. 붕어빵 장수였다. 철판 위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차가운 공기를 뚫고 올라오는 하얀 김은 겨울이 왔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 같았다. 발걸음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었다. 그냥 그 김이 좋아 보였다.


트럭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다섯 명쯤 되었을까. 모두 외투 깃을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 직장인, 중년 여성, 노인. 나이도 차림새도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같은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뜨거운 붕어빵 한 봉지,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나도 그 줄의 끝에 서서 앞사람의 어깨 너머로 철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붕어빵들을 바라봤다. 지느러미와 꼬리가 또렷한 모양이 귀여웠다.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냈다. 카드 사이에 천 원짜리 지폐 네 장이 접혀 있었다. 언제 넣어뒀는지 기억나지 않는 잔돈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모든 걸 카드로 결제하는데 이럴 때 쓰려고 남겨둔 건가 싶었다. 붕어빵 네 개, 딱 맞는 금액이었다. 지갑을 도로 주머니에 넣고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찬바람이 불었다. 목도리를 고쳐 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발끝이 시렸다. 출근할 때보다 기온이 더 떨어진 것 같았지만, 트럭에서 나오는 열기가 이쪽까지 조금씩 닿았다. 추운 건 추운 대로, 따뜻한 건 따뜻한 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주걱을 다루고 있었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나며 붕어빵을 뒤집고, 다 구워진 걸 집어내고, 새 반죽을 붓는 일련의 동작이 리듬처럼 반복되었다.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겨울이면 들리는 소리, 겨울이면 보는 풍경이었다.


앞사람이 붕어빵을 받아 갔다. 또 한 명이 떠났다. 줄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모두 말없이 기다렸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멍하니 철판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역 광장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는데, 모두 빠른 걸음이었다. 집으로 가는 사람, 약속 장소로 가는 사람, 어디론가 서둘러 가는 사람들. 그런데 이 줄에 선 사람들만은 천천히 움직였다. 기다림도 나쁘지 않았다. 급하지 않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네 개요."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갈색 종이봉투를 꺼냈다. 집게로 갓 구운 붕어빵을 하나씩 집어 넣으며 따뜻한 김이 봉투 밖으로 새어 나왔다. 천 원짜리 네 장을 건네니 "감사합니다"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낮고 묵직했다. 얼굴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지만 손은 여전히 정확하게 움직였다. 저 사람도 추울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 내내 저 트럭 앞에서 철판을 지키는 사람. 우리가 따뜻한 붕어빵을 받을 수 있는 건 누군가는 추위 속에서 서 있기 때문이었다.


붕어빵 봉투를 두 손으로 감쌌다. 뜨거웠다. 장갑 너머로도 온기가 확실하게 전해져서 손 난로보다 더 확실한 온기였다. 봉투를 코에 가까이 대니 단팥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에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침이 고였다. 트럭을 떠나 집으로 향하는 길, 봉투를 품에 안고 걸으니 가슴팍이 따뜻해졌다. 외투 속으로 온기가 스며들었다. 추위가 조금 덜했다. 아니, 추운 건 똑같았지만 견딜 만했다. 작은 온기 하나가 겨울밤을 달리 느끼게 만들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봉투를 살짝 열었다. 김이 확 피어올랐다.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후후 불었다. 한 입 베어 물자 단팥이 혀끝에 닿았다. 달았다. 뜨거워서 혀가 델 것 같았지만 계속 씹었다. 신호가 바뀌어 건너면서도 붕어빵을 먹었다. 입안 가득 달콤함이 퍼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완벽하지 않았다. 단팥이 한쪽으로 쏠려 있었고, 겉면도 군데군데 눌어붙었지만 그게 더 좋았다. 완벽한 붕어빵은 공장에서 나오니까. 이렇게 조금 삐뚤고 조금 눌린 붕어빵이 진짜였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섰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내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고, 붕어빵 봉투에서도 여전히 김이 나고 있었다. 두 개의 김이 공중에서 섞였다. 나의 체온과 붕어빵의 열기, 둘 다 금방 사라질 것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확실하게 존재했다.


현관문을 열자 "왔어?" 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으며 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으니 아내가 다가왔다. "붕어빵?"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먹어." 아내가 웃으며 하나를 꺼냈다. "아직 따뜻하네."


아이가 방에서 뛰어나왔다. "아빠!" 내 무릎에 올라앉으며 봉투를 가리켰다. "붕어빵이야. 하나 줄까?" 눈이 반짝였다. 하나 꺼내서 건네며 "뜨거우니까 조심해" 하고 말했다. 아이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는데, 작은 손에 쥐어진 붕어빵이 유난히 커 보였다.


셋이서 나란히 소파에 앉아 붕어빵을 먹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먹었다. 텔레비전도 켜지 않았고 스마트폰도 보지 않았다. 오로지 붕어빵을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씹는 소리, 단팥을 삼키는 소리, 가끔 새어 나오는 아이의 작은 한숨 같은 소리만 거실에 가득했다.


마지막 한 개가 남았다. 아내가 "당신 먹어" 하고 말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너 먹어." 아내가 웃으며 "그럼 반씩" 하고 붕어빵을 반으로 나눴다. 단팥이 삐져나왔다. 각자 반쪽을 들고 먹었다. 달았다. 여전히 따뜻했다. 반쪽이었지만 충분했다. 나눠 먹으니 더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며 창밖을 봤다. 밤거리가 고요했다. 어디선가 또 붕어빵 냄새가 날 것 같았다. 이 동네 어딘가에, 아니면 저 멀리 다른 골목 어딘가에 하얀 트럭이 서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쯤 줄을 서고 있을지도 모른다. 천 원짜리를 주머니에서 꺼내며 "네 개요"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따뜻한 봉투를 품에 안고 집으로 걸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겨울은 추웠지만, 그 안에도 이런 작은 온기들이 곳곳에 있었다.


거실로 돌아오니 아이가 소파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옆에 앉았다. "재밌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뜻했다. 붕어빵처럼 따뜻했다. 아내는 주방에서 내일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범한 저녁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회사에 갔다 왔고, 붕어빵을 샀고, 집에서 가족과 먹었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붕어빵 트럭 앞에서의 그 몇 분이 유독 선명하게 남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시간, 봉투를 받아들던 순간, 첫 입을 베어 물던 감각, 가족과 나눠 먹던 순간이 평범한 장면들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을 채웠다. 이런 게 행복이라면,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천 원짜리 네 장이면 살 수 있는 거리에.


내일도 그 트럭이 서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겨울 내내 거기 있을 것이다. 언젠가 또 지나칠 것이고, 그때도 오늘처럼 멈춰 선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작은 온기는 언제나 필요하니까. 붕어빵 한 봉지가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크니까.


눈을 감았다. 단팥의 달콤함이 아직 입안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고, 손끝에는 따뜻했던 봉투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겨울은 차갑지만, 그 안에도 온기는 있다.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다. 트럭 앞에 모인 사람들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온기를 찾아 헤매고, 때로는 그걸 나눈다. 반으로 나눈 붕어빵처럼.


잠이 왔다. 내일도 추울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어디선가 또 김이 피어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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