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없이는 깨어나지 못했던 숱한 아침을 밑바탕으로

커피

by HYUN

커피 커피 커피. 이건 낱말이 아니고 엄연한 문장이야. 이 문장으로 내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어. 흡인력 있는 헤드라인에 눈길을 거두는 단어가 있어. 그건 바로 커피야. 권하다 그러다 금하다 그래. 일관성 없는 건강 기사의 단골 소재인 거지. 남산 아래 카페에서의 드립커피, 추운 겨울날 암스테르담에서의 카페라테, 로마 식당에서 식후에 마신 에스프레소… 처럼 나의 추억을 아우르는 건 커피야. “커피 마시러 가지 않을래요?”란 말을 듣고 거절하기란 쉽지 않아.


커피는 문학, 영화, 음악에서 언제나 매혹적이야. 프랑수아즈 사강의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에서 ‘그녀가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나는 커피 한 잔과 오렌지 하나를 들고 조용히 계단에 앉아서 기분 좋은 아침을 음미하기 시작했다.’란 구절을 읽으며 에스프레소 로마노가 마시고 싶었어. 안이 아침을 안 먹냐고 하자, 세실은 ‘아침엔 뭘 먹는 것보다 마시는 게 더 좋아요.’라고 해. 나와 같아, 세실을 만나고 싶더라. 영화감독 짐 자무시가 17년에 걸쳐 완성한 ‘커피와 담배’는 11가지 대화로 이루어져. 체스판 같은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와 담배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지. 뮤지션 김창완의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란 노랫말을 들을 때면 연상 돼. 그날의 색채, 향, 깊은 커피 맛 그리고 공기까지 말야. 영화 ‘청춘 스케치’에서는 이런 대사가 있어. “우리는 이것만 있으면 돼. 담배 몇 개비, 커피 한 잔, 그리고 약간의 대화. 너, 나, 그리고 5달러.”라고…! 트로이는 릴레이나에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로하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난 커피를 마시고 있어. 커피 없이는 깨어나지 못했던 숱한 아침을 밑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거야. 카페에 앉아 있지 못했던 날들이 있었어. 바로 지금 카페에 머문 시간만큼, 내 옷에는 커피 향이 남을 거야. 너에겐 커피와 닮은, 어떤 추억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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