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 ) 이 와도 좋을 것 같다.

by HYUN

“벚꽃 보러 갈래?”라는 그의 말이 싫었어. 그의 말이 싫은 동시에 벚꽃을 보러 가기 싫었어. 왜 그토록 싫었을까. 싫다는 말이 이토록 반복될 정도로. 나는 지금 계절을 느낄 수가 없거든.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을 지나 꽃이 피어나는 봄이 오기까지… 시간을 홀로 거스르고 있는 것일까. 거부하고 싶을 땐 거부해도 되는 거지? 봄이라는 단어를 너에게 전하기 위한 시작에서, 난 그만 정지 화면처럼 멈춰 버렸어. ‘봄이 왔지. 그리고 봄이 오겠지.’


계절을 느끼는 마음의 상태에도 준비가 필요한 가봐. 거리를 걷다 보이는 벚꽃을 감흥 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어. 멍한 기분으로 문득 떠오른 소설이 있어. 아멜리 노통브의 장편 소설 ‘겨울 여행'은 파괴적이며 광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져. 마지막 장에서 “이젠 봄이 와도 좋을 것 같다.”라는 문장을 진하게 남기지. 내 바람이 오래전 읽은 소설의 진한 향으로 남아 있었나 봐. 어쩌면 오래전부터 진정한 봄을 바라고 있었던 것만 같아.


너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기를 언니는 바라. 나의 스무 살을 너는 기억하지? 꽃들 사이에서 피어난 나의 청춘을 말야. 난 여의도의 봄을 기억해. 설렘의 대상이 사람 아닌 꽃이었지. 꽃 그리고 사진, 여의도 공원, 자전거, 빵과 커피. 그게 바로 청춘의 봄이었던 것 같아. 나의 관심은 사람보다는 풍경에 가 있은 채, 나를 향한 관심이 소중한지 몰랐던 순수의 시절. 그때는 몰랐던 것이 사랑 표현 말고도 많겠지? 지금은 아는 게 탈일 때가 있더라?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웃음이 새어 나온다. 네게 봄을 이야기하며 웃기도 하네.


겨울에 태어난 우리 둘의 생일에 맞춰, 겨울 만찬을 즐겼잖아. 이제 봄 축제의 기분을 내보는 건 어때? 록 페스티벌에서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있던 삼사십대 남녀를 신기하게 본 게 언제니. 록 정신은 잊지 않았지? 저항, 실험, 반항, 자유! 스무 살로 돌아가 다시 뛰자. 그곳에 우리와 음악만이 남아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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