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연결되는 자치인 (1)
도서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에서 ‘보잘 것 없는 나무들이 아름다운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는 우뚝 솟은 큰 ‘교목’에 비해, 숲 가장자리에 작게 핀 ‘관목’을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관목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한다. ‘교목은 혼자 태양 빛을 받기 위해 안달이 나 숲의 중심부로 높이 솟으려 하지만, 관목은 중심 자리를 내어주고 숲의 가장자리, 낮은 곳에 머무른다. 결국 변방에서 숲을 지키는 관목 덕분에 아름답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표현한다.
숲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은 결국 관목이다. 공동체를 위해서는 혼자만 우뚝 솟으려 하는 교목보다는, 관목이 되어 기꺼이 변방으로 향해야 한다.
은하수에는 실제로 변방으로 향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새로운 친구들이 있다면 낯설어도 이너서클 밖으로 나와 반갑게 환대하는 이, 앞에서 진행하고 싶지만 진행을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친구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이, 새로운 친구들에게 안내를 할 때는 불친절하지 않았을까 한 번 더 고민해는 이, 새로운 구성원들과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면 기존 이름이 아닌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가는 이. 그들에게서 관목을 본다.
내가 있는 자리가 내 욕심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해 언제든 그 자리에서 내려올 준비가 되었는가?’ 만일 내가 관목이라면 대답할 수 있겠지.
중심에 있는데 자리를 내어주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변방의 가치를 알고 함께 변방으로 향하고자 할 때, 그 공동체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결국 개인의 성찰하고 실천해야 한다. 모두가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관목이 될 준비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무렵, 나는 내 새로운 역할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다음 사람을 세워주는 것'이었다. 겨울프로젝트로 은하수학교와 다가치학교가 교류하는 활동을 추진했다. 은하수학교 소개 발표를 준비할 때 생긴 일이다.
그동안 은하수학교 소개는 오래 활동한 고학년 청소년들이 주로 맡아왔었는데, 이번에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00이가 자원해서 도전하기로 했다. 물론 부족한 점이 많았다. 발표 경험이 전혀 없었고, 발표할 때 사용할 PPT를 만들 줄도 몰랐다. 나는 길잡이교사로서 00이가 발표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스스로 준비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기에 나는 은하수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PPT 만드는 방법에 대해 기술적인 도움을 주는 것 외에는 큰 개입을 하지 않았다.
발표가 끝난 뒤 00이는 "처음 해 본 발표였는데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발표를 한 후 00이는 은하수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고 다른 활동에도 깊이 빠져들었다. 처음으로 주도권을 갖고 은하수학교를 소개한 경험이 00이에게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건강한 조직은 구성원의 자리가 순환한다. 만약 이번 발표를 은하수를 잘 알고 있는 고학년 청소년이나 길잡이교사가 맡았다면 이전처럼 쉽게 소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학생 청소년이 처음으로 은하수를 소개하기 위해 자료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준비했기에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발표를 통해 가장 성장하는 사람은 발표자 본인이다. 은하수를 소개하는 기회가 항상 순환되어야 하는 이유다.
길잡이교사는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처음 경험하는 후배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비고츠키의 '스케폴딩'은 학습자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내 역할에 적용해 보면, 나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그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00이를 도운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다음 사람을 세워주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학생들에게 단순히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역할이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할 일은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들이 도전과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음 사람을 세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나의 경험이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