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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의 미학

세상과 연결되는 자치인 (2)

by 교육혁신가 이현우

고등학생 때 은하수학교 사례를 바탕으로 ‘학생이 들려주는 자치이야기’라는 책을 공동 출간했다. 이후 뜻밖의 기회를 얻었다. 학생자치 강사로서의 교육지원청의 학생자치네트워크에서 강의를 하게 된 것이다.


처음 강화 학생자치네트워크에서 첫 강의를 할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강사였다. 강의 준비는 미비했고, 발표를 할 때마다 긴장과 실수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준비를 거듭했다. 발표 연습을 하면서 나는 점점 자신감을 얻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다. 무엇보다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점차 강의 요청이 늘어났다. 남부, 동부, 북부 등 여러 지역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강사로서의 안정감이 생겼다. 더 많은 사람들과 배움을 나눌 수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 매 강의를 통해 나의 경험과 지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이 자신의 삶과 활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큰 자부심을 느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배움을 나누는 것'이 그 자체로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내가 나눈 작은 경험과 가르침이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큰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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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학생참여네트워크에서 강의를 하고 난 후, 한 청소년이 내 강의를 들었다며 은하수학교에 찾아왔다. 그 청소년은 나를 보고 "선생님을 보고 은하수에 관심이 생겨서 왔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그 청소년은 은하수학교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게 되었고, 그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감동이었다. 은하수에서 성장한 내가 이제 다른 청소년을 은하수에 초대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모델링'이라는 개념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교육은 지식 전달만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언어적인 요소(태도, 말, 행동)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나는 그때부터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어떤 행동을 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나의 경험과 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나눈 작은 경험들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나는 ‘순환하는 공동체’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은하수학교가 끝날 무렵, 한 청소년이 내게 해준 말이 인상에 남는다.


“은하수에 처음 들어온 중학교 1학년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무작정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배웠어요, 시간이 흘러 선배가 된 지금, 내년부터는 저도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삶을 살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말한 청소년은 처음 팀장을 맡은 후, 청소년자치회 대표까지 되어서 지금은 후배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자치의 핵심은 순환이다.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서로 순환하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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