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의 이별

끊기 #2

by 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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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불안에 대한 여러 글을 써오며 얻었던 한 가지 깨달음 중 하나는 쓸데없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집착하게 되는 사소한 기억에 대해 확실히 잊어야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가끔 설거지 같은 크게 집중하지는 않아도 되는 일을 할 때 날 괴롭히며 답답하게 만드는 기억과 나의 추측으로 인한 의심에 불을 붙이고 불안을 폭발시키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 그때 그 팀장과 술자리에 다투었을 때, 당신의 내로남불 같은 말도 안 되는 그 논리에 대해 꼭 지적했어야 되는데, 나에게 큰 상처를 던져준 그 상사가 술 마시고 전화 왔을 때 받지 말았어야 되는데, 내가 그 말을 안 했더라면 그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좀 더 빨리 끊었어야 되는 인연이었던걸,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등등. 사실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땐 계속 내가 고민해 봤어야 되는 부분인가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아무 의미 없이 그저 날 괴롭히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나에겐 한 가지 여전히 쓸데없이 집착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나 남의 시선에서, 평가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외쳤지만, 사업의 파트너이고, 선배이며 현재 대표인 친구에게는 계속 집착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그 친구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완전히 파악하고만 싶은 욕구가 커진다. 사실 이런 과정은 내가 마음에 들고 싶어 했던 상사에게 대부분 들었던 감정인데, 돌이켜보면 집착하게 되고 스스로 답답하게 만드는 가장 문제의 행동 중 하나였다. 실제 문제 해결이나 일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의 마음에 들까 하는 고민이 선행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을 듣거나 느낌이 이상하면 혼자 꽤나 고민하게 된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나? 무언가 잘못된 부분이 있나?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이런 방향으로 고민이 이어지다 보면 결국 어떤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단지 계속 나의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는데,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왜 아직 난 이 이상한 의존-눈치-의심-불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어느 정도 많이 개선했다고 스스로 평가하지만 살짝살짝 놓칠 때마다 이 굴레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젠 좀 더 확실히 나와야 한다. 아니 아예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면 이젠 의식적으로 다짐한다. ‘말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그렇겠지 이 친구가 날 싫어하거나 의심해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한 건 아닐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이런 생각하지 말자. 이 생각은 날려버리자!’ 그러고는 그 생각을 날려버리기 위해 다른 더 집중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쓸데없는 생각이 날아다닐 수 있는 단순 반복 작업을 이다음에 한다면 난 아직은 확실히 떨쳐낼 수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그 친구가 나의 성공과 성장과, 행복을 원하고 바라고 응원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굳이 의심하고, 또 설령 그렇다고 그래서 그 평가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내가 선택해서 하는 거고, 내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만족이 더 중요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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