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한 선물

쉬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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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한다는 거짓말

좋은 기억도 많았던 회사 생활이지만, 사실 한 단어로 요약해 보라고 하면 ‘스트레스’로 수렴될 것 같다. 능력에 대한 챌린지가 상당한 미국계이면서, 또 이미 연공서열이나 까라면 까라는 한국식 문화는 아주 잘 녹아져 있었다. 말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뒷이야기나 심지어 앞 이야기로도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 와중에 인정욕구로 가득 찬 욕심 쟁이었던 나는 인정받아 승진하는데 모든 걸 쏟아부었다. 결국 각종 모든 스트레스의 총합을 경험하는데 성공한 나는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또 다른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고 아마도 그 이유는 날 위한다는 거짓말로 그저 과소비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 판단한다. 심지어 날 위한다고 해놓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남들이 좋다고 하는 무언가를 추구했던 것 같다. 남는 건 공허함뿐이더라.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이라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해 봐야겠지만, 날 위한 선물이라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떨 때 기분 전환이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안정이 되는지 아는 것은 그리 쉽진 않다. 스스로를 아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처음엔 엄청난 성과에 대해 폭발적인 환호를 받게 되면 기분이 찢어질 정도로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았다. 오히려 여행 계획 세우느라 피곤해지고 짜증 내기 일쑤였고, 돌아올 때가 되면 또 돌아간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엄청 돈이 많이 드는 비싼 선물을 나에게 하면 당장은 기분이 좋다가도, 막상 이렇게 밖에 날 위로할 수 없는가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짧은 기분전환의 힘

실패의 연속이었던 날 위한 선물은 그 형식과 내용을 바꾸어 보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소소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잠깐의 휴식을 취하거나, 즐거운 순간을 선물해 보았더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은은하게 즐거운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몇 시간을 집중해서 일을 하다 잠깐 뒷산 산책에 올라갔다 오면 그렇게 마음이 안정되고 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요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카페에 가서 사장님이 직접 내려주신 커피 한 잔과 원두를 사서 다시 일하러 가는 길은 매우 희망차고 행복하다. 그저 지나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아니라 내 모든 감각을 일깨워 주는 커피 한 잔의 선물을 나 스스로에게 주는 그 순간은 가히 내 일상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족을 위해서도 이전에는 비싼 외식, 해외여행 같은 선물을 주어야만 좋은 아빠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퇴근하고 책 읽어주거나 같이 책 읽기, 문제집 채점해 주기, 아침에 학교 데려다주기 같은 일상을 함께 하는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이 또한 오히려 날 위한 선물이 되어버렸다.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은 행복의 원동력이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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