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2
과시형 독서가
어렸을 적 책 읽는 걸 좋아했다. 학교 통지 표에도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이야기는 항상 적혀 있었다. 다만 책 자체가 엄청 좋았다기보다는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었고, 다른 더 재밌는 존재가 있다면 책에는 손이 안 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있어 보이려는, 요즘 말로 하면 과시형 독서라고 하는 걸 난 그 예전부터 시작했다. 당시에도 엄청난 고전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사실 어떤 내용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우습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책을 좋아했고, 소설 읽는 재미도 즐겼었다.
멀어진 소설
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소설에는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 대학 때부터 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땐 아예 책을 안 읽었으니 논외로 하고, 다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4년 전쯤이려나. 좀 더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 여러 리더십과 자기 계발 관련 책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들었던 생각은 지금 이렇게 소설 읽으면서 편안하게 있을 시간은 없다는 핑계였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할 일이 이렇게나 많고, 읽어야 할 다른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소설은 사치였다. 서점과 도서관을 자주 갔지만, 항상 소설 쪽 세션은 쓱 훑고 넘어가는 코너 중 하나였다.
포옹 단락과의 만남
아마도 소설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동네에 포옹단락이라는 독립서점이 생기고 나서였을 거다. 언제나 동네에 이런 독립서점이 있다면 꼭 단골이 되어야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아담하고 언덕 위에 있는, 내가 상상한 딱 적당한 동네 서점이었다. 하지만 하나 딱 예상했던 것과 다른 건 대부분의 책이 소설이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상상해왔던 동네 단골 서점이었는데, 소설만 있다는 이유로 안 갈 순 없었다. 이렇게나 특별하지 않은 이유로 나는 다시 소설에 빠지기 시작했다.(사장님 항상 감사하고 건강 잘 챙기세요!)
소설과 함께 불안과 싸우기
나만 이러고 있는 건 아닌지, 뒤처짐에 다한 걱정을 이제는 FOMO(Fear Of Missing Out)이라는 단어로 정의까지 하고 있는 시대이다. 나만의 삶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저 남에게 보이는 부분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내 삶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는 일은 늦기 전에 주식투자를 하고, 아파트를 사고,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일보다도 훨씬 중요하다.(아닌가?ㅋㅋㅋ) 소설은 그저 여러 불안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나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던져준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물론 많은 한국소설들은 조금은 더 암담하고 답답한 현실과 미래를 담고 있어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 자체도 지금의 모습일 것이다.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린 내 안의 불안과 담담하게 대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래야만 그 불안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