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기 #1
쓰레기통에서 살았던 쓰레기?
대학시절, 내 하숙집은 쓰레기통 같았다. 입을 옷인지 입은 옷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옷, 수건, 등등으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정리되어 있지 않은 책상과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담배꽁초로 가득한 페트병. 여기저기 그대로 둔 먹은 흔적들. 내가 쓰레기처럼 살아서 집이 쓰레기통이 된 건지, 쓰레기통처럼 만들어놔서 내가 쓰레기가 된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청소할 엄두가 나지도 않았고, 청소할 의지도 없었다. 부모님이 올라오실 때가 되면 짜증 가득히 방을 정리하곤 했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억눌러져 있던 모든 것들의 폭발이라고 변명하기엔 내 생활은 심하게 무너졌었다. 다시 돌이켜보니, 상당히 심각했다.
청소의 의미
군대 전역 후, 다시 부모님과 살기 시작하며 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잠깐의 일탈을 통해 확실히 느꼈다. 나는 혼자 살면 안 되는 것을. 그리고 내 주변이 깨끗하고 정리되어 있어야, 내 정신도, 마음도 준비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먼지 하나 없는 완전무결의 깨끗함을 바라는 건 아니다. 그럴 만큼의 여유나, 집착도 없다. 다만, 이제는 정리 정돈되어 있지 않고, 청소가 안 되어 있으면 불안하다. 저 상태가 마치 현재 내 상태인 것만 같다. 내 마음의 불안이 현실화되어 있는 모습인 것만 같다. 청소해야지, 정리해야지 생각하며 뒤로 미룬다면, 이 현실의 혼돈과 복잡함이 내 안으로도 오염된 상태로 난잡하게 시간을 보내게 된다. 먼저 정리하자, 먼저 청소하자. 그래야 마음이 안정된 상태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걸 청소해야 마음속의 불안도 해소할 수 있다
곧 이사 갈 예정이라 현재 우리 집은 한두 달째 계속 청소 및 정리 정돈 중이다. 나름 넓은 집에서 상당히 좁은 집으로 이사 가야 하기에 준비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무엇을 버려야 할까의 세계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할까의 세계는 차원이 다르더라. 엄청 집착했던 것들과 안녕을 고해 야만 하는 시기도 있었다. 특히나 그동안 모아왔던 책을 정리해야 한다는 건 꽤나 마음 아팠다. 거기에 꼭 다이어트에 성공을 하면 입을 거라고 걸어 놓았던 옷들과도 이별했다. 사실 와이프 덕분에 강제로 이별 당했다. 아쉬움도 있지만 이 대청소를 통해 얻은 것이 훨씬 많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저 묵혀왔던 것들을 정리하는 쾌감은 꽤나 짜릿하다. 내 마음속의 묵은 짐들이 함께 날아가는, 뿌듯함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정리되고 깨끗한 상태가 현재의 나의 상태인 것만 같다.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한 내 안을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에 눈에 보이는 것을 먼저 청소하는 방법이 가장 유효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