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니 하기

지키기 #2

나의 유행어

요즘 유행처럼 내가 미는 말이 하나 있다. 그러려니 하자. 하도 했더니 이젠 함께 일하는 친구에게도 옮았다. 이젠 무언가를 보거나, 이야기를 할 때 서로 눈이 마주치면, “그러려니 할까?”라고 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 유행어의 시작은 아마 압구정에서 시작되었다. 비싼 아파트의 수십억 가격을 들으며 지방 출신의 친구는 조금씩 허무함을 느끼는 듯했다. 나름은 이쪽 사는 부자 고객들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경험이 있기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공유해 주니 더욱더 심해졌다. 그 예전의 나도 그랬다. 나와는 다른 그들의 삶은 충분히 이질감을 유발하고,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기분 나쁨이 온몸을 지배했다. 아마도 열등감이지 않을까. 친구에게 해준 이야기는 역시나 그러려니 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에 이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처럼.


불안을 잠재우는 마법의 단어

그러려니 해야만 한다. 원래 부자인 그들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그 사람들만큼 돈이 없다고 내 잘못도 아니지 않은가. 여기서 난 왜 그들처럼 될 수 없는가, 나도 저렇게 되고야 말겠다는 쓸데없는 다짐을 하는 순간, 또 다른 불안은 시작된다. 물론 그런 꿈을 꾸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꿈을 가지는 것과 왜 난 안되고 저들은 되는 건가라고 비교하기 시작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 내 마음의 위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 행복한 나만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그러려니 하는 태도는 꼭 필요하다. 너무 따지고 살지 말자.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해야만 내 정신 건강에 좋다. 안 그러면 또 숱한 불안의 늪으로 스스로 더욱 깊게 들어가는 꼴 밖에 안된다.


그러려니 하자

운전을 이상하게 하고, 주차를 이상하게 하는 차를 보더라도 그러려니 하자. 늦었거나 급한 이유가 있겠지. 직원이 실수를 해도 그러려니 하자. 실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해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을 보며 그러려니 하자. 나에겐 이해가 되지 않아도 본인에겐 중요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거래처에서 갑질을 당해도 그러려니 하자. 이건 근데 심하면 대응을 해야 되는 영역이다. 생각하고, 계획하고, 바랬던 것만큼 일이 풀리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자. 언젠간 되겠지! 오늘 계획한 걸 다 못했다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러려니 하자. 내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엘리베이터 공사가 시작되어 20층을 넘게 계단으로 한 달 동안 오르락내리락하게 되더라도, 매번 오를 때 화를 내지 말고 그러려니 하자. 건강에는 좋지 않을까. 모든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려니 하면,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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