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기 #3
때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알지만 잘 인정하지 않고 살아가곤 한다. 나에겐 언제나 가족보다는 친구, 회사가 먼저였다. 대학시절, 평생을 함께 할 친구들을 만난 것만 같았다. 언제나 함께 모여 쓸데없이 놀기 바빴던, 항상 취해있었던 우리는 지금은 서로 각자의 삶이 바빠 아무도 연락하지 않는다. 입사 후 내 평생을 바칠 것만 같았던 조직 안에서 나는 무럭무럭 성장했고, 정말 그 조직을 사랑했다. 다사다난했던 여러 가지 사건 이후 나는 13년 동안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나오고 나니 확실히 이제 나는 이 회사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 많았던 주변 사람들은 당시에는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가족보다도 더 오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철없고 어렸을 땐 나에게 정말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고, 오히려 가족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서로가 가려는 방향이 대부분 달라진 지금 가끔은 연락이 오면 부탁할 게 있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되는 관계가 된 지금, 그때의 착각은 내가 너무 어렸다고 반성하게 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오히려 그때 나 지금이나, 내 옆에서 항상 함께하며 힘을 주고, 응원을 해주는 사람은 가족이다. 항상 옆에 있기에 소중함을 몰랐다는 뒤늦은 후회를 나중에도 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더 챙길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소중했던 존재를 잃고 나서야만 그 소중함을 깨닫고 싶지 않았다. 유일하게 항상 내 편이었던 사람.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우리 와이프와 아들, 딸.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알면서도 언제나 내 옆에 있다는 흔함 때문일까, 착각 때문일까, 나는 내 가족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더 잘하기 바빴다. 지나고 나니 큰 의미 없었던 그 사람들에게 잘하느라 실제 내 옆에서 날 지켜주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홀히 했다. 서운하게 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그나마 그리 늦지 않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회사를 나오고 얻은 소득 중에 가장 큰 소득이지 않을까.
새로 이사 한 이후에 요즘처럼 뿌듯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없을 정도로 많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냥 할 일이 많아서 바쁘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한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한 노력으로 바쁘다. 결혼할 땐 친정어머니의 도움 때문에 본인 취향을 마구 발휘하지 못했고, 중간에는 아이를 돌봐주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기에 무엇 하나 원하는 살림살이를 가지고 살지 못했던 와이프는 요즘 집을 꾸미는 재미에 한창이다. 좀 더 신나도록 도와주며 한동안 놓았던 집안일에 나도 함께 열심히다. 어떻게 정리할지, 무엇을 살지 함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다. 아직은 적응하느라 조금은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책도 읽어주고, 보드게임도 더 많이 하고 있다. 빨리 더 동네가 익숙했으면 하는 마음에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한다. 집이 좁아져서 더 부대끼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오히려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다. 이젠 나도 이 시간을 올곧이 함께 하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우리 가족을 위해 오늘은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우리 가족은 일어나면 아침 인사와 함께 서로를 꼭 안아준다. 그 어떤 때보다 사랑으로 가득 찬 순간이며, 하루를 충만하게 시작할 수 있는 기점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불안이 끼어들 틈은 없다. 이 작은 ‘사랑해’라는 말과 포옹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슈퍼맨이 된다. 어찌 보면 이 순간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절대 어렵지 않다. 그저 지금 당장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달려가서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면 된다. 절대 미루지 말자. 부끄러워하지도 말자. 그저, 내 마음을 표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