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하기 #2
특정 분야에 대해 쉽게 생긴 편견은 의외로 다시 고쳐지기 쉽지 않다. 특히나 무언가를 싫어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더욱더 극심하다(나만 그런 걸까).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호불호가 너무 심해’라는 말이다. 그 말을 너무 많이 듣다 보니 반골 심리가 더 발현되어 ‘그래 내 호불호가 얼마나 심한지 제대로 보여주지’라는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기도 했다. ‘네가 날 이유 없이 싫어하면 정말 싫어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겠다’라던가. 이제는 어떤 이유로 인해 생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결국에는 그저 ‘싫음’만 남았던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게 나에게 지금까지 이어진 ‘싫음’의 대명사 중 하나는 회계이다. 왜 싫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단 그 수많은 한자어들로 이루어진 어려운 단어들에 대한 거부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 때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CPA 시험을 준비하겠다던 친구들에 대한 반감도 한몫했다. 영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부분도 이 ‘싫음’을 거들었다. 힘들게 매출 만들어오면 앉아서 정리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부서 사람들이 싫었다(죄송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서. 지금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잘못했습니다). 세금, 재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더 발전하여 재테크에 대해서도 관심을 끄고 살았다(후회스럽다 너무나 ㅋㅋㅋ).
조직 안에서의 커리어를 스스로 종료시키고 나와서 사업을 시작해 보니, 처음 숨 막히게 한 것이 회계였다. 이제는 정말 선택을 해야 되는 시기가 왔었다. 그냥 회계사, 세무사 사무실에 다 맡기고 돈 주면 끝이다는 마인드로 사업을 하느냐, 하나씩 알고 따져보고 직접 찾아서 해보아야 하는가. 물론 제대로 알고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공부해야만 한다. 안 그러면 딱 망하기 좋다. 슬슬 미루기만 하니 불안해졌다. 이대로 굳어지면 미래에 여전히 바보처럼 사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단 명확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만 정말 너무 시작하기 싫었다. 세금에 대한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나는 것 같았다. 이래저래 이 불안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그저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인생에서 첫 회계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서점에 가서 바로 책 3권을 샀다. 책만 읽다 보니 아쉬워서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하는 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찾다 보니 삼일회계법인에서 국가공인자격시험은 회계 관리 2급, 1급, 재경관리사 시험이 있었다. 친구와 함께 만들어가는 이 회사 안에서 내가 나중에는 CFO의 역할을 하는 건 어떨까라는 상상과 함께 그러려면 최대한 재경관리사까지는 취득하는 게 도움이 될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2급은 이미 취득했고 1급 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교적 난이도가 쉬웠던 2급 시험 때문에 안일하게 1급을 준비하고 있어서 또 다른 불안이 날 덮치고 있지만 적어도 시작은 했기에 안되면 다시 또 하면 되지라는 자신감은 생겼다. 같이 사업하는 친구는 이대로 세무사, 회계사도 해보라고 부추긴다. 물론 그쪽에 매달 나가는 돈이 아깝긴 하지만 그 단계까지 갈 자신은 없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이 작은 도전은 스스로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정말 싫어했고,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 필요하면 나는 스스로 도전할 수 있다는 즐거움. 오래간만에 가지는 자격증 취득에 대한 즐거움.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를 쪼여 오던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이 있다. 일단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