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빵장수 Jan 11. 2019

끌리는 것에 시선 두기

주관적 애정 시점

 애플의 TV CF 카피 중 '주관적 애정 시점'이란 말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었다. 인파가 가득한 시내 속 남자와 여자가 만나 데이트를 시작하면 길가에 가득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세상에 두 사람만 남아 둘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낸다. '뺄 건 빼고 오직 끌리는 것에 시선을 집중시킨다'는 카피가 이 모습을 잘 말해준다.

똑같은 광고의 원본 영어 카피인 'Focus on What You Love'도 같은 맥락에서 기억에 남았다.

Focus on What You Love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이 여느때보다 깊어지는 요즘 다시 더듬어보고 싶은 광고였다. 최근 두 세달 간 입사를 위해 수십개의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나에 대한 정체성이 헷갈렸다. 이 회사에선 이런 인재요, 저기에선 나 이렇게 잘난 사람이다 맘껏 PR에 심취하다 보니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했던 나에게도 혼란이 왔다. 광고업이 하고 싶어 달려온 오래된 꿈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단지 취업에 성공한 멋진 딸, 선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 그리고 운좋게 서류가 통과되기도 의외의  면접을 보기도 하면서 역시 알아보는 곳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붙었다하면 그 이후는? 란 생각을 했을 때 행복한 내 모습은 없었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아닌 내가 스스로 기뻐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취업이 코앞에 닥친 초조한 맘과 진정 하고 싶은 꿈을 저울질하기에는 현실이 크게 다가왔고 깊게 생각해볼 틈이 없었다.


취업 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도 고민이 많다. 최근 메신저 친구를 대폭 정리한 적이 있다. 어디에서 만난지도 모르는 사람이 가득했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이도 있었다. 다들 어디에선가 어떤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일텐데!

취업 준비와 학교생활 등등 부족한 시간으로 늘 쫓기면서 시간을 내서 성사된 만남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줄 때도, 반대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잘 안나고 마음 한 켠이 찝찝할 때도 있다. 서로의 근황이 궁금하고 관심이 있는만큼 말은 잘 통하는 반면, 만남을 위한 만남처럼 서로간 근황을 쏟아 붓고 결국 신세한탄으로 귀결짓는 만남도 있었다. 모든 대화는 다르고 유익하지만 부족한 시간 탓에 내가 즐겁고 맘 편한 만남을 찾게 되는 요즘이다.


 친구와의 대화 중에 '그 사람이랑 말하다보면 눈을 보면 알 수 있잖아, 나에 대한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란 말을 들었다. 대학에 오며 엄청나게 방대해져버린 인간관계 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알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소중한 것에만 집중하기에도 부족한 하루하루, 요즘은 조금씩 생각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끌리는 일과 사람에 조금 더 시선을 두기로 했다.

이전 01화 스타벅스에서 삥 뜯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