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빵장수 Feb 09. 2019

여기서 일하면 후회가 남을 거예요

실제로 면접관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칼바람 씽 불던 겨울날,

나는 오늘도 구두를 신고 셔츠를 차려입고 면접을 보러 간다.


클라이맥스를 먼저 슬쩍 말해보자면,

면접을 보다가 울컥 눈물이 새어서 흘러버릴 뻔했다.

간신히 면접관 뒤의 공간의 여백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절대 울지 말아야지', '울면 X 된다' 하면서

겨우 참았다.


서막은 2018년 겨울,

취업이 합격이란 목적지를 향해

순항하며 잘되다 싶다가도

마지막에 꼭 미끄러지던 나.

초조해진 맘을 애써 겉으로는 숨기면

노트북 키보드 위 내 손가락은 하루하루 바빴다.

왠지 좋아 보이는, 왠지 잘 맞아 보이는 곳에 지원서를 여기저기 마구 넣고 있을 무렵.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전화 한 통에 냉큼 달려간 곳이었다.


면접관은 둘, 면접자는 나 하나

카페에서 편하게 보는 면접이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면접관의 눈빛과 강렬한 포스에 쫄고 말았다.


'AE를 하고 싶은데, 왜 미디어에 지원했어요?'

스펙은 AE, 기획자를 중심으로 이어져왔는데

정작 지원한 직무는 '미디어 플래너'였다.

억지로 공통점을 고민하고 끼워맞췄건만

실무자 앞에서는 역시 들통났나 싶었다.


'만약에 들어오더라도 본인이 미련이 많이 남을 거예요'

'취업이 힘들긴 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아요'


면접관에게서 이런 말을 듣다니 

정말 신박한 면접 현장이군, 속으로 말하면서도

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위기였다.


아무리 많은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도 이렇게 진심으로

내 커리어, 그것도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나 같은 신참 쪼렙 면접자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시는 분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면접을 마무리되었고, 결과는 예상대로 탈락.


저 위로의 말이 돌려서 거절을 표하는 말이었을지 몰라도,

광고에 막 입문하려는 한 청년에게 하는 시니어의

진심 어린 조언임은 틀림없었다.


단순히 직업을 구하고 회사에 들어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장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이렇게까지 노력해왔으면 더 도전을 해보라는

그분의 말씀을 가슴속에 새겼던 날.

이전 04화 존나 열받는 날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