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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빵장수 Jan 11. 2019

[취준르포]좋아하는 일을 할건데요, 그거 쉽지 않네요.

어설프고 치열하게 날마다 살고 있습니다

자정을 지나 새벽 1시를 지났으니 오늘은 12월 9일.

벚꽃 샤랄라 내리는 봄에 나는 꽃놀이 한 번 갈 때도 마음이 무거웠다. 물론 가지는 않았다.

대학생 신분으로서 마지막 학기인 올해 초, '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


'죄송합니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인원으로 인하여'

심지어 브런치 작가신청도 고배를 마셨다. 이정도면 프로 고배러


그 후 나는 수많은 '죄송합니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인원으로 인하여' 등 다양한 미사여구로 돌려서 어퍼컷을 날리는 탈락 통보를 받았다. 말이 '탈락'이지 생각해보면 인생 멀리보면 뭐 대단한 일인가 싶기도 한데(뭔가 급할수록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는 습성이 강하다) 그럼에도 누적된 수차례의 탈락은 쓰라린 유효슛(들)이었다. 아무리 밝게 웃고 털어내려 해도 어딘가 모르게 남아있는.

그럴 때마다 쟁쟁한 기업에서 서류, 인적성을 거쳐 적디적은 배수안에 뽑힌 성과를 거둔 게 그와중에 뿌듯하고 신기하고 또 슬프기도 했다. 괜한 자기 합리화인듯 하지만.(그래서 취준 할 때는 자기 연민과 자기 합리화가 끝없이 반복되는 듯 하다)



아직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인생 길게 봐야 한다.', '아직 젊다.', 이런 말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휴 요즘은 왜 이리 취업이 힘들고, 스펙은 고공으로 치솟는다. (진짜 내 인생 가장 많은 스터디를 하며 이 세상에 인재는 많은데 인사팀이 참 보는 눈이 없구나 매번 실감한다.) 그와중에 남과 비교하기는 어찌나 쉬운지. '내 인생 내 맘대로' 살고 싶다는 내 인생 모토를 실현하기가 까다로운 시대이다.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

한 번은 정말 가고 싶었던 기업의 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가고 싶었나 궁금하다). 여러 조언과 도움을 준 선배에게 아쉽게도 떨어졌다고 연락을 드렸다. 그후 선배는'아직 어리니까 괜찮아' 란  답변을 보냈다. 이 짧은 한마디에 나는 취준 사상(?) 가장 큰 상처를 받았다.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는 말은 나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선배의 관점, 그러니까 지극히 제삼자의 관점에서 비롯된 판단이라고 느다. 치열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그럼에도 아직 '어리니까' 밝고 쿨하게 다시 도전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과한 상상일수도 있지만 그랬다. (물론 선배와 그 말을 별개로 떼어내어 독립적으로 생각하고자 했지만, 저 당시에는 사람도 밉고 저 말도 미웠다.)


물론 각자의 때가 있다. 그럼에도 '잘될 거야' '좋은 회사 갈 거야'라는 주변에서 쏘는 응원의 말은 고마우면서도 쌀 한 가마니를 내가 내 어깨에 셀프로 올리는 듯한 과분한 말이다. 물론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떡하니 좋은 결과(남들이 보기에도)를 들고 와서 '저 잘했죠?'라고 자랑스럽게 확인받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고민 생각이 많아지는 만큼 나를 가장 잘 돌아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정말 나는 실제로 나는 어떤 사람이지? 어떤 장점이 있고, 단점은 또 무엇일까. 인턴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인사이트를 얻었는가. 아니다 너무 거창해지지 말고 사소하게라도 다시 한번 짚어보자. 하며 고민하고 또다시 배우는 과정이라고 본다. 정신승리는 아니고 암튼 원래도 초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취준 할 때 나름 유용한 마인드다. 이참에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말들을 살포시 공유하고 가볼까 한다. 이건 이 글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을 확률이 높기에 다시 한번 나를 응원하는 의미로 남길지도.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했는데,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 앙리 까르띠에

책상 앞에 오만가지 메모를 붙여놓는데 이게 마침 제일 맘에 들었다.


'묻는다. 당신은 오늘 자기 행복의 주인인가, 남의 시선의 노예인가? 당신의 철학은 무엇인가? 그것을 실행해나갈 충분한 용기를 지녔는가.'

이건 대체 어디서 보고 끄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역시 인상적이다. 크으...

(찾아보니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 저)란 책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 박노해 <다른 길> 중

'씀'이란 어플을 깔아놓고 글을 안 쓴지는 굉장히 오래되었다. 날마다 글쓰기를 위한 키워드와 실제 작가들의 글에서 발췌한 글을 보여주는데 이게 그렇게 심금을 울리더라. 지치더라도 꾸준히 해야지 암요.



마지막으로

졸려도 괜차나 알라미 감성에 치유했다...★(다음날 피곤에 절었다)

나의 모닝 기상을 담당하는 '알라미'앱에서는 끌 때마다 응원의 메시지(+운세보기도 가능)가 나온다.

'잠들 때 알라미만 믿어요' '아직도 안자요?'라는 식의 믿음직하고 픽 웃음 나는 말도 나오지만,

저렇게 힘이 나는 응원을 뜻밖에 해줘서 밤마다(새벽마다) 감동 먹는다(다시 한번 감사해요 개발자님).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믿도끝도 없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 같지만, 불안해도 지쳐도 존버하고 또 웃어넘기는 태도가 필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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