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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유 Sep 02. 2021

나는 뭘 어쩌다 서른 살에 꼰대가 됐지?

찰나의 순간에 꼰대 3박자를 완벽히 갖춘 꼰대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하여

 잡지에서 일명 MZ 불리는 밀레니얼과 젠지 세대의 차이점을 다룬 기사를 내놨다. 개인적으로 밀레니얼 분류를 한국은 미국 기준과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대강 밀레니얼은 워라밸에 집중하고 어느정도의 집단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며, Z 의외로 본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쯤은 희생할  있다고 밝혔으나 강한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모습이었다.

이걸 보자마자 'Z세대면 몇 살이지? 아니 기껏해야 인턴 아님 사원 1-2년차면서 워라밸이 소중하지 않다 어쩌구 조직에서 사적인 얘긴 안된다 저쩌구 나참 ㅋㅋㅋㅋ 나도 이십대 초반에 인턴 때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 갈았다 쪼끄만 것들이 뭘 안다고 진짜 있어 보이는 척 말하기 오지네 ㅋㅋㅋ'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곤 호들짝 스스로의 꼰대력에 놀랬다.

찰나의 순간에 [나이 따지기, 경험 부족 지적, 라떼는...] 까지 완벽한 꼰대 3박자를 갖춘 생각을 해내다니...

90년대생은 586 능가하는 사상 최악의 꼰대 세대가  거라는 글을 어디선가  적이 있다. 전문가가   아니고 어디 인터넷 세상 변방의 방구석 좆문가가  놓은 의견이었으나 나는 거기에 대체로 동의했다. 과다 스펙과 최악의 취업난, 익숙한 저성장, 온갖 구분짓기로 생겨난 성별/세대/지역/가난 혐오의 남발, 북한의 도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 뉴스를 매일같이 들으며 마음에 세운 척화비, 그리고  모든 이유로 인한 피해의식  "우리  얼마나 힘들었는데"라고 말하기 충분한 경험이 쌓여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연구실의 전문가도 아니고 방구석 좆문가의 의견에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   스스로그런 세대적 특성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영향이 컸다. 게다가 386 586 되는 세월 내내 꼰대갑 아버지에게 시달려  바, 평생 와 그의 세대를 반면교사 삼아 살겠다고 다짐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세대 모두가 꼰대가 된다고 해도 나는 그런 꼰대가  리가 없었다. 자조적인  친구들 앞에서  나중에 늙으면 개꼰대 될듯ㅋㅋ 이렇게 말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믿진 않았다. 모두의 반응도 그랬다. 사실상 그것은 반어법에 가까웠다. 당연했다. 나는 MBTI조차 이성적이고 냉철한 ESTJ이므로 하고자 한계획은 반드시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세대 전체가 공유하는 경험의 힘은 강했고, 아무리 마음속으로 반면교사를 외쳐도 보고 자란 건 쉽게 변하지 않았으며, MBTI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ESTJ는 꼰대들의 MBTI로 유명하다). 나는 찰나의 순간에 [나이 따지기, 경험 부족 지적, 라떼는...] 등 완벽 3박자를 갖춘 꼰대질을 해내는 능력치 111%의 젊꼰이 되어벌였다. 아마 나이를 먹을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진 않을 것이다.

기왕 스스로 인정하기로 한 바 젊은 척, 이해하는 척, 열려 있는 척 하지 말고 그냥 아예 꼰대가 되는 게 낫겠다는 입장이다. 이젠 마음의 소리에 솔직해져야지. 진짜 노오력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진짜 고생도 안 해본 새끼들이... 야... 솔직히 진짜 2010년대에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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