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상수의 겨울 (현재) -1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치울만큼 쌓이지 않았다.
내리자마자 바로 녹아 없어졌기때문이다.
그럼에도 상수는 계속 가게 앞에서 빗질을 하고 있다. 10분 전 홍대가 가게에서 나와 “야 이 미친놈아, 눈 내리고 있는데 치우는 바보가 어딨냐!? 좀 이따 치워” 라고 말을 했지만 아무 말 없이 빗질을 하는 상수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홍대는 가게에 들어갔다. 쌓이는 게 없는데 정리하는 바보, 상수.
연희와 헤어지고, 약 10년동안 연희의 소식을 몰라 새로 쌓이는 그녀와의 것들이 없는데 상수는 정리를 계속하고 있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연희만 생각하며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와 잘 해보려고 했을 때 연희가 자꾸 생각이 났다. 연희에게 연락을 해볼까 생각을 했지만 상수는 연희에게 그러면 안됐다. 딱 한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이 없었고, 너무 답답해 ‘이연희’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봤지만 배우만 나올 뿐이었다.
가게 안에 있는 홍대는 겨울마다 상수가 왜 저러는지 상수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러다 말겠지 싶어 내버려둔 게 벌써 10년이 흘렀다. 이제는 멈춰주고 싶지만 그 방법은 홍대가 찾을 게 아니라 상수 본인이 찾아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