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맛있는 음식을 입으로 줘요

by 윤희영

엄마아빠는 가끔 거실의 식탁이 아닌 안방의 TV아래 상을 펴고 음식을 드시곤 해요. 엄마는 오징어나 쥐포를 굽고 접시에 음식을 담아서 안방으로 가져가시고, 아빠는 냉동실에 항상 얼려져있는 차가운 얼음잔과 냉장고의 시원한 캔음료를 들고 안방으로 가세요. 저는 이때부터 이미 흥분된 상태로 엄마를 따라다녔다가 아빠를 따라다녔다가 하죠.



아빠는 시작하기 전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해요.

“몰리. 안돼!”
‘내가 뭘 어쨌다구요, 아빠?’

나는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아빠는 안된대요. 사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한방울 똑 떨어뜨렸거든요. 이미 나의 몸은 반응을 하고있었어요.


아빠는 시원~하게 얼어있던 얼음잔에 캔음료를 따서 부으세요. 그 노랑색 음료 위쪽엔 꼭 하얀 거품이 덮여있어요. 엄마아빠는 그 음료잔을 같이 들고 “짠!” 하면서 부딪혀요. 가끔은 그 음료가 흘러넘칠까 괜히 보는 내가 조마조마해요. 그렇게 시원한 음료를 한잔씩 들이키고, 엄마아빠는 방금 구운 쥐포, 오징어, 황태채를 마요네즈 간장에 찍어서 드세요. 그 순간 나는 침을 두 방울 더 흘리고 있어요. 아빠는 나와 애써 눈을 피하고 방금 입에 물었던 쥐포를 입 속으로 쏙 집어넣어요. 나는 아빠 입에서 눈을 떼지 못해요. 아빠가 쥐포를 씹으면서 나를 한번 슬쩍 보고, 얄밉게 계속 혼자 드세요.



나는 아빠 앞으로 한발 더 다가가서 코를 벌렁거리고, 눈을 최대한 동그랗게 뜨고 아빠 얼굴을 바라봐요. 아빠는 못본체하지만 웃고있는게 느껴져요. 이번엔 엄마 앞으로 얼른 옮겨가요. 엄마에게도 애교 눈빛을 발사해봤지만, 엄마는

“아유~ 우리 몰리 귀여워”

라고 말만 하시고 다시 TV를 보세요. 사실 별 기대는 안했었어요. 다시 아빠 옆으로 가서 자리를 잡아요. 엄마와 아빠가 “짠”을 몇 번 더 했어요. 음료가 줄어들고, 다시 음료가 채워지고를 반복했어요.



아... 문득 떠올랐어요. 엄마와 아빠가 시커먼 봉지에 내 간식을 잔뜩 사들고 들어오신 날. 엄마아빠에게서 났던 바로 그 냄새. 엄마아빠가 이 노란색 음료를 마시니까, 그때 그날의 엄마아빠에게서 나던 냄새가 났어요.

엄마아빠는 그날도 밖에서 노란색 음료수를 드신건가봐요.



엄마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웃음소리가 커졌고, 아빠는 눈의 초점이 살짝 흐려진거 같았지만 나를 보고는 더 활짝 웃으셨어요. 아..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순간이 오고있었어요. 아빠는 기다란 쥐포를 하나 들고 입에 물어요. 이번엔 입안에 쏙 넣지 않아요. 나는 기다렸다는듯 아빠의 얼굴에 내 입을 가져가요. 아빠는 살짝 고개를 돌리고, 나는 반대로 살짝 고개를 돌려서 쥐포를 천천히 물고는 아빠 얼굴에서 멀어져요. 그때쯤 엄마는 한마디 하세요.

“아주 놀고들 있네~”

그리고는

“몰리 자꾸 사람음식 주지 말라고,, 애한테 안좋아.”

하세요. 아빠는 ‘안들린다 안들린다 안들린다’ 하고 생각하는듯 한 표정으로 나를 웃으면서 바라보고 계세요.


그렇게... 아빠는 노랑 음료를 몇 잔 마시고 나면, 항상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아빠의 입을 통해서 주셨어요. 그럴때마다 나는 혹시라도 아빠의 입이 다칠까봐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간식을 받아먹었어요.

입간식.jpg


입으로 간식 주는 아빠(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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