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에 대처하는 법

by 김화영

식구가 늘고 보니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특히 아이들 선물을 준비할 때면 방금 연말이 지난 듯한데 새해가 다가오고, 어린이날과 생일이 오고, 연이어 추석과 연말이 온다. 그래서 세 아이 선물을 담은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는 내내 비워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매번 뒷전으로 밀렸다.



내가 기념일마다 꼬박꼬박 선물을 준비했던 것은 내 유년시절을 풍족하게 채워 주신 부모님 덕분이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부족함이라곤 알지 못할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챙겨 주셨으니까. 그런 내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시점은 본격적인 결핍이 시작된 열한 살 때부터이다. 그때 부족함 없이 키워주신 부모님께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게 됐고, 덕분에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 부족함을 채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세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매일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이제는 기념일에 메시지를 적어 보내는 일도, 서로에게 건넬 물건을 사는 일도 없다. 우리에겐 선물을 살 시간도 편지를 쓸 기운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의 기념일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도 생일이라고 뭘 갖고 싶은지 물어보지 않는다. 다행히 유치원에서 하는 생일 파티 덕분에 그날은 친구들에게 받는 선물로 넘어간다.




대신 아이 생일에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은 매번 바뀐다. 거북이를 보러 마트 수족관 코너에 가자고 할 때도 있고, 집이 아닌 식당에 가서 밥을 먹자고 할 때도 있다. 재모는 상가의 좁은 어묵 가게에 가 물 떡꼬치를 맛보자고 한다. 대부분이 어린 쌍둥이 동생 때문에 못 해본 것들이다.




덕분에 우리의 기념일은 못 해본 일을 해보며 소소한 재미를 채워 가는 하루가 됐다. 머지않아 아이들이 크면 생일과 선물이 동일시될 것이다. 만일 그날이 올지라도 지금 우리가 나눈 시간이 특별한 의미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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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21세기북스)>에서 발췌되었습니다.

2020년 12월 중순 이후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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