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라서', '너는 나라서'
8년 전 이맘때 즈음, 한 밤중에 만취해 집 앞에 찾아와 전화를 했던 남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우리는 한창 결혼 준비에 분주했고, 여차하면 결혼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그런 남편이 내게 전화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도망갈까? 나는 네가 아니면 정말 안되는데...정말 안되는데..”라고.
커다란 몸을 비틀거리며 힘겹게 말을 잇는 그의 음성에 눈물이 서려 있었다. 결혼한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 기억 속에서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다. 한 해 두 해 결혼생활이 이어질 때마다 시간으로 무뎌진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도대체 이 결혼을 왜 한 걸까?’라는 물음에 봉착할 때가 있다.
특히, 세 아이를 돌보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한계를 드러내는 날이 많아졌을 때, 나는 결혼을 준비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좀처럼 내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초심을 떠올리면 그때 내린 결론의 분명한 이유가 명쾌한 해결책을 준다.
그리고 그 때도 지금도 여전히 같은 답이라는 것을 깨우치면 우리가 각자 놓인 상황에 사명감을 갖게 된다.
점점 바쁘고 힘들어지는 남편의 회사 생활도, 갈수록 제 키보다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세 아이와의 육아도 우리가 참고 견디며 책임을 지는 것,
바로 우리가 결혼한 이유,
‘나는 너라서’, ‘너는 나라서’.
그렇게 우리는 삶에 우선순위를 다잡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본 글은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21세기북스)>에서 발췌되었습니다.
2020년 12월 중순 이후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