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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zip Sep 08. 2022

'가성비' 전세 아파트, 이렇게 구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집을 구할 때 가장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은 '싸게', '더 넓게'일 것이다. 최근 집값과 관련된 이슈가 많아지면서 전세 아파트를 구하는 것도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나 요즘 '깡통전세'가 사회적 논란이 될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꼼꼼히 알아봐야만 한다. 하지만 이론만 거창하지, 실제 노하우를 찾는 것 부터가 문제다. 결국 정답은 발품 뿐,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도권에서 2억원 대로 20평 아파트 전세를 구한 스토리를 담아봤다. 

청약 당첨 스노우볼, 돈이 필요했다

약 2년전부터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보증금 4억원 초반대로 전세로 살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임대차 3법 가이드라인인 보증금 5%만 올리고, 2년간 재계약해 더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 아파트 청약 당첨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등으로 현금을 보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대부분 재산이 전세 보증금에 있었고 변화를 줘야만 했다. 


처음부터 이사를 계획하진 않았다. 집주인에게 ‘반전세로 전환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NO’였다. 물론 이는 집주인의 합당한 권리다. 아마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내 재계약 보증금보다 더 많은 보증금을 받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며칠 뒤 1억원 넘게 보증금을 올렸음에도,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했다. 귀찮고 번거롭지만 그렇게 새로운 전세 아파트 찾기는 시작됐다.


가격 뒤통수, 주말계약, 계좌번호 오류까지

요즘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수도권에서 집 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쩌다 매물이 생겨도 순식간에 거래되는 급매들이 많았고, 30년 이상 됐거나 구조가 불편한 곳도 많았다. 그러던 중 새로운 전세 아파트를 찾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서울 외곽에 보증금 2억8500만원 매물이 나왔다. 내게 주어진 '시드머니'가 약 3억원정도였으니 조건은 딱 맞았다. 그런데 연락해보니 원하는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 매물을 찾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일주일 뒤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이견이 있던 이사 날짜를 맞춰주겠다고 했다.  집을 보니 일반적인 거실이 없는 다소 독특한 구조였지만,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계약을 하려 했다. 


그런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보증금을 1000만원 깎아달라고 말하니 돌아온 대답은 삭감은 고사하고 ‘1500만원 올려 3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황당했다. 일반적으로 가격을 조금 내리긴 해도 내놓은 것보다 올리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부동산 중개인은 “다른 부동산에서 3억원까지 받아주겠다며 흔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분이 나빴지만 하루 더 생각한 뒤 5백만원을 올려 2억9000만원엔 가능할지 물어봤고, 집주인도 그제서야 ‘OK’ 사인을 줬다. 


서울 지역에 2억9000만원 전세, 조건 괜찮다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석연찮은 상황은 또 생기고 말았다.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계약 시점은 주말, 그리고 집주인 본인이 아닌 어머니가 대리인으로 나와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른바 전세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가장 조심해야 되는 것이 바로 ‘주말계약’과 ‘대리인계약’ 아니던가. 특약 조건을 여러 개 넣어야 하기에 일반인으로선 복잡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계약 의사를 밝힌 뒤 집주인 계좌번호에 송금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계좌번호가 잘못됐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집주인이 착오로 계좌번호를 잘못 알려준 것이었다. 이 때 집주인과 나의 신뢰는 무너졌다. 몇 억원이 오갈 전세 계약에서 계좌번호를 틀리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 계약 거절을 통보했다.


가계약금도 안 내고 ‘콜’하면 끝이라고?

분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처음부터 다시 알아봤다. 어느 날 그동안 발품을 팔며 방문했던 한 부동산에서 급매가 나왔다며 연락이 왔다. 2억원 초반 아파트, 22평이었다. 임대사업자이며 임대의무기간이 지나지 않아 세입자가 바뀌더라도 5%까지만 올릴 수 있다는 매력포인트가 있었다. 물론 1층인 점은 약간 아쉬웠지만 역세권이라는 장점도 있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부동산 중개인 역시도 “이런 매물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예비 세입자가 7시30분에 집을 볼 계획이니 7시까지 오라”고 귀띔해줬다. 부랴부랴 일찍 퇴근하고 부동산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막상 갔더니 중개인은 “7시30분에 오려던 분이 5시에 ‘콜’을 외쳐 이미 끝났다”며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콜’은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하는 일종의 ‘로컬 룰’이다. 통상 법적 효력이 발생하려면 가계약금을 내야 하지만, 우선 콜만 외친 뒤 집을 보겠다며 우선권을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중개인은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법적 근거도 없이 내 매물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그저 황당했다. 아무튼, 부동산 중개인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눈앞에서 완벽한 매물을 놓쳤다.


‘세탁기 심리전’ 끝에 얻어낸 새 보금자리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서 보증금 2억원 중반에 20평 초반대 매물을 확인한 뒤 곧바로 부동산에 연락했다. 임대사업자라는 특징이 있고, 날짜는 맞춰줄 수 있다고 했다. 매력적이었다. 다만 먼저 연락 온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어 집을 볼 순위가 두 번째였다. 전전긍긍했다. 예전에 이 곳 거래가 성사됐을 때도 7명이나 대기했지만, 첫 번째 사람이 계약했었기 때문이다. 


집을 보기로 한 날, 주변에서 서성이니 첫 번째 예비 세입자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그 집에 부동산 중개인과 들어갔다. 약 20분이 흐른 뒤,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부동산 중개인은 “오래된 빌트인 세탁기가 너무 시끄러워 처리하기가 난감하다”고 사유를 말했다. 실제로 거주중인 세입자는 “세탁기를 돌리면 울리고 소리가 커서 아래층에서 올라올 정도”라고 말했다. 결국 고심 끝에 세탁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게 세탁기를 두고 계속 이야기가 오갔다. 결국 중개인은 “집주인이 기존 세탁기를 빼고 새 것을 설치하겠다”며 계약 의사를 물었다. 하루 뒤 전화 통화에서 계약하겠다고 밝히며 계약이 성사됐다. 우여곡절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 이렇게 나는 분당에서 2억원 대에, 20평대 전세 아파트를 약 한달 만에 계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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