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최대 도시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임박했다. 치열한 수주 경쟁을 하고 있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막판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보 공영제'를 철저하게 지키면서 현장에 현수막 등 설치가 제한되기 때문에 양 건설사는 자신들만의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 결과는 오는 11월 5일 진행되는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ㅣ왜 한남2구역에 '올인' 하는가ㅣ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모두 한남2구역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만큼 한남2구역의 사업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m² 규모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규모의 총 30개동, 1537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3.3m²당 공사비는 770만원, 총공사비는 7900억 원 규모다. 인근 한남3구역 공사비와 비교하면 3.3m²당 200만원이 높고, 일반분양 비율도 45%로 사업성이 뛰어난 편이다.
'한남동'이라는 지역이 가져다주는 고급적인 이미지, 여러가지 예정된 주변 개발 프리미엄도 한남2구역의 매력 포인트다. 현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도보권으로 이용 가능할 뿐 아니라 향후 신분당선 개통으로 더블 역세권까지도 기대 가능하다. 또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서울 주요업무지구와의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리고 용산구 내 용산공원 조성공사,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 등 한남2구역을 더욱 빛낼 주변 사업들도 주목해볼만 하다.
이래서일까, 양측은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웠다.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LE-EL)’이 포함된 ‘르엘 팔라티노’, 대우건설은 ‘한남 써밋’ 단지명을 제시했다.
ㅣ'이주비 150%, 스카이브릿지' 내세운 대우건설ㅣ
대우건설은 '이주비' 조건과 '스카이브릿지 설계'에서 경쟁사인 롯데건설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인 LTV에서 대우건설은 150%, 이주비는 10억원을 제시하면서 롯데건설(LTV 140%, 이주비 7억원)보다 높은 조건을 제시했다. 이주비의 경우 기본 이주비 법정한도인 LTV 40%를 제공하고, 추가 이주비 110%는 연대보증으로 총 150%를 책임지는 구조다. 지분 평가액이 낮아 대출이 10억원에 못 미치는 조합원에게도 누구나 10억원 대출을 약속했다. 부동산 담보물보다 큰 이주비 한도를 제안한 사례는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평가다.
6개 주동을 잇는 총 길이 360m의 '스카이브릿지' 제안도 눈에 띈다. 물결을 형상화해 한강·남산·용산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스카이브릿지에는 서울의 야경을 벗 삼아 한잔 여유를 즐기는 스카이 펍, 프라이빗 스파, 부티크 파티룸 등 다채로운 커뮤니티 공간이 지상 118m 높이에 배치된다. 스카이 클럽하우스와 스카이 시네마, 스카이 북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 제안도 포함됐다. 스카이브릿지와 함께 서울시의 완화되는 고도제한 정책을 염두에 두고 내세운 '118 PROJECT'까지 내세워 한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ㅣ'금융혜택과 호텔식 설계'로 승부하는 롯데건설ㅣ
롯데건설은 사업촉진비를 포함해 총 사업비 1조 원을 내세우며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자신했다. 분담금의 경우에도 입주한 뒤 4년 후 100% 납입 조건을 제시해 입주 시까지 금융비용을 직접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우건설이 제시한 입주시 100% 또는 입주 2년 후 100%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보다도 더 조합원 친화적인 제안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롯데건설은 높은 신용도로 4대 은행과 일찌감치 사업비 조달을 위한 협약도 마쳤는데, 이 역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호텔식 설계를 기반으로 한 고급화 커뮤니티 전략도 돋보인다. 롯데건설은 ‘베터 댄 호텔(BETTER THAN HOTEL)’을 표방하며 호텔보다 더 뛰어난 커뮤니티시설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약 4000평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과 보안시스템, 가구별로 이용할 수 있는 단독 엘리베이터 홀 등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나인원 한남 커뮤니티시설과 비교하면 2.6배, 한남3구역보다는 2.5배 더 큰 규모다. 세계적인 거장들과 협업으로 외관 설계 등 작업에 있어 더욱 차별화된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ㅣ팽팽한 현장 분위기, 예측할 수 없다ㅣ
총회를 앞두고 한남2구역 현장 주변은 막판 홍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수막과 같이 오프라인 홍보물들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공인중개사 앞에는 각 건설사의 홍보 포스터들이 빼곡하게 붙여져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합동설명회에서도 양 건설사는 대표이사까지 직접 나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끌어오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올해 하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모습이다.
시공사 선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어느 건설사가 한남2구역 수주에 성공할지는 예측이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한남2구역 내 공인중개사에는 롯데건설 포스터가 많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현재 한남2구역에 거주하는 조합원은 2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홍보 열기만으로 조합원들의 의중을 파악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온라인 및 모바일 채널에서 물밑으로 열띤 홍보로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도시정비사업 최대 '수주 전쟁'은 11월 5일 총회에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