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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zip Nov 07. 2022

지금 부동산 시장은 ‘얼음진행형’


“얼음이라고 봐야죠. 차가우니 아무도 건들지 않는 형국입니다.”


최근 경기도 번화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중개인은 현시점 부동산 시장을 진단해달라는 말에 이같이 말했다.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서 매도 심리가 매수 심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의미였다. 본격적인 하락장에서 시세가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관망하는 이가 늘어난 것이다.


하늘 모르고 솟구쳤던 부동산 시장이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매물은 쏟아지는데 손길을 내미는 횟수가 너무 적다. 공급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시세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수요가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슷한 평수의 매물이 지속적으로 쌓일 뿐 거래는 쉽사리 성사되지 않고 있다. 현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은 ‘얼음진행형’이다.


ㅣ급등이 있으면 급락도 있다ㅣ

사실 그동안 부동산 시세가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집 없는 이들은 소외감이 들 법했다. 때문에 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아 집을 구매하는 ‘영끌’같은 신조어가 생기는 등 폭발적인 매수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시세가 무한하게 오르진 않는다. 급등이 있으면 급락이 있는 법이다. 대출받아 ‘꼭대기’에서 매수한 이들은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이자 부담을 버티기 어려워졌다. 얼어붙은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등 급매가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ㅣ급하면 많이 내주는 법이다ㅣ

매매든 전월세든 임대인으로서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급해진다. 매매라면 이자 부담, 전월세라면 보증금 반환 문제 등이다. 원하는 시기에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초조한 마음에 이것저것 내주게 된다. 매매라면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 어떻게 해서든 거래를 끝내려 하고, 전월세라면 보증금을 낮추거나 수리를 더 해주더라도 마무리하려고 한다.


부동산 중개인은 “부동산 시장이 워낙 얼었다 보니 잔금일에 예비 매수자 혹은 예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갑자기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말해 난감한 상황이 생긴다”며 “계약서대로 하면 되지만,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임대인이 마냥 무시할 수 없어 어느 정도 수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ㅣ급매 성사되면 신상 털기도ㅣ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대인들은 급매를 통해 거래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시세보다 훨씬 낮게 거래되니 동반 하락세는 물론 매수 심리까지 약해진다. 주변 임대인들은 지역 커뮤니티나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몇 동 몇 호에서 거래됐는지 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자신의 소유물을 뜻대로 거래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전혀없다. 하락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시세 하락에 기름을 불을 붓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ㅣ“어디까지 떨어지는지 보는 겁니다”ㅣ

임차인이 ‘갑’이 된 가운데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다. 물론 잠재적 수요가 존재하지만, 그 시점은 불투명하다. 미국중앙은행인 미국연방제도의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아 거액을 투자하기 어려워졌다. 부동산 중개인은 “매매든 전세든 수요가 언제 높아질지 알 수 없다”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고 지켜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눈치 보는 장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앞지른다. 거래가 말랐기 때문에 매물만 쌓일 뿐이다. 부동산 중개인은 “이 일을 하면서 하반기에 이렇게까지 거래가 없는 상황은 처음”이라며 실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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