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시장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인데 시세는 제각각이다. 수리 차이 등 집 상태가 다르겠지만, 시세가 균일하지 않다. 1억원 차이가 날 기세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의 여파가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전세 시장의 둔화로 직결되면서 하락폭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ㅣ같은 평수인데 8,000만원 차이ㅣ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올라온 경기도의 한 아파트. 같은 평수인데 전세 가격 차이가 최대 8,000만원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수리와 특올수리, 1층과 꼭대기층 등 집 특색이 저마다 다르지만, 시세 차이가 너무 크다. 처음부터 큰 차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가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점진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비슷한 전세 매물이 쌓이자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아야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둘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다가올수록 하락폭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
ㅣ하락 폭이 심상치 않은 이유ㅣ
하락폭을 추적해보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숨에 3,000~4,000만원이나 떨어진 곳들이 보인다. 처음에 내놓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크게 낮춰서라도 성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집 상태가 비슷하면 결국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임차인들의 심리가 자극되는 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렇게 내린 가격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하락폭은 더욱 커질 수 있고 다른 임대인들의 심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 기준 단가 자체가 낮아지게 된다는 의미다.
ㅣ초조한 임대인 vs 느긋한 예비 임차인ㅣ
기존 임차인의 만기일이 다가오는데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대인이 초조해진다. 예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아야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임대인은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주식이나 가상화폐, 부동산 등에 투자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큰 손실을 입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돈을 쉽께 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비 임차인은 느긋하다. 매물이 쌓여 있기에 골라서 선택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급해지면 더 많이 내놓는 법이다. 임대인이 그런 상황이다.
ㅣ부동산 30군데 등록해도 요지부동ㅣ
앞서 언급한 아파트의 한 임대인은 약 30군데에 매물을 올려놓았다. 그만큼 초조하고 급하다는 뜻이다. 많은 곳에 의뢰해 거래 확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그 매물은 여전히 시장에 나와 있다. 그만큼 전세 시장이 얼어붙었다.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보다 월세가 더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세보다 월세 선호도가 증가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전통적으로 전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부동산 30군데에 올려도 매물이 빠르게 나가지 않는다. 전세 하락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