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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zip Aug 11. 2022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전세 계약 갱신을 거절한다면?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나가라고 하면 순순히 나가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20년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의 해석에 따라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중재자 격인 행정부는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법원은 집주인에게 무게를 두는 판결을 내렸다. 법적 판단이 나왔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ㅣ집주인과 세입자의 대립 이유

집주인과 세입자의 대립이 생기는 결정적인 이유는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이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가 담긴 임대차 3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전세로 2년을 계약한 뒤 추가로 2년을 갱신할 수 있다. 세입자의 의지에 따라 2년을 살 수도 4년(2+2년)을 거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 사항이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사라져 추가로 2년을 연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입자가 실거주를 입증할 자료를 요구한다면 균열이 생긴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자료를 허위 실거주로 판단하면 적법한 갱신 거절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ㅣ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해석의 차이ㅣ

집주인이 정말로 거주할 것이라면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현실을 뜯어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 많은 개인 정보를 노출에 따른 부담이 생긴다. 집주인의 직장 발령이나 결혼 등으로 정말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료를 제시할 수 있지만, 실증적인 자료를 공유하기 어렵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안이 아닐 때 충돌이 나타나는 것이다. ‘합리적 사안’의 해석 역시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다.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는 구조다.


ㅣ행정부의 애매모호한 판단ㅣ

중재자 노릇을 하는 행정부의 판단 역시 애매모호해 혼잡한 상황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했을 때 실거주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고지했다. 또 입증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상으론 소명을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규정은 없다. 행정부 역시 명확한 법률보다 해석의 잣대를 투영한 것이다.


ㅣ집주인 실거주 인정한 법원ㅣ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은 재판까지 간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집주인이 실거주를 위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면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도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판례의 핵심은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만약 실거주하지 않고 제 3자에게 임대했을 때 기존 세입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명확한 명제가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집주인은 실거주를 의심할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정말로 거주하겠다는 말로도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앞서 언급한 판결이 1심인 만큼 상급 법원의 심리에서 또 다른 판단이 나올 여지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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