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

제15화 끝나지 않겠다.

by 작가 헤르쯔

언젠가 나는 내게 왜 괜찮은 척 쿨한 척 웃고 있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내 대답은 ‘말해봐야...’였다.

어릴 때부터 말해서 득이 되었던 경험을 해보지 못했으니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하는 것 중에 그럴 수는 없지.. 하는 것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니

말해봐야 좋을 거 하나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때는 말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재 왜 저래?

뭐가 그렇게 예민해?

별것도 아닌 거 같고 왜 그래?

등등의 말을 듣더라도


하지 말라고! 기분 나쁘다고! 상처 받는다고! 네가 지금 건드렸다고!

말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말해도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 끝까지 모르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간 당황할지 몰라도 자신이 또다시 상처되는 말을 하려는 순간 (해버 리더라도) “아차...”하며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이것만 상대에게 인식시킨다면 서로의 선을 지킬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내 속에 쌓아두면 엉뚱한 순간 폭발하거나 마음의 스위치를 모두 꺼버리게 된다.


마음과 이어진 선은 하나씩 엉켜서 쌓여가며 순식간에 내 마음 공간을 가득 채워 버린다.

그렇게 엉키고 설킨 선들은 하나의 감정이 여러 개로 분산된 게 아니라 여러 순간에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이 만든 선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선 하나하나 다 다른 감정들이 복잡 미묘하게 연결돼 있는 거다.

그래서 어느 선 하나만 잘 못 건드려도 거기에 엉켜있던 선들까지 함께 터져 버린다.

선들이 엉키지 않도록 마음에 여유공간을 주어야 한다.


나는 가끔 엉뚱한 감정이 튀어나올 때면 이감정이 왜 나온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과거의 어느 날 받았던 상처와 말하지 못해서 억울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때 해야 했던 말과 하고 싶은 말을 뒤늦게라도 한다. 종이에 막 쓰다가 찢어 버리기도 하고 혼자서 말하기도 하고 혼자가 아닐 땐 핸드폰 메모장에라도 쓴다.

그러다 문득 이런 거... 게임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좀 엉뚱한 생각을 했는데 뭔가 절대 끝나지 않을 게임이 탄생할 것만 같았다.


‘나’라는 아바타를 만들고 외모만 꾸밀 수 있는 게 아니라 성격도 설정이 가능하게 하는 거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을 선택하고 그걸 표현할지 안 할지도 선택하고 때에 따라서 나 대신 내 생각을 말해줄 캐릭터를 구매한다거나... 음.. 또 기회 샵 이란 게 있어서 그곳에서 어떤 기회일지는 모르지만 기회를 구매한다거나.... 등등 생각을 하다 보니 게임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져갔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되면 끝나는 게임인데... 역시나 왠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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