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돈이 떨어져 감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에 일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실 몇 번 시도는 해 봤지만 힘들고 피곤할게 뻔한 생활을 하자니 싫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일하지 않고 편히 살고 놀고 싶었다
무슨 배짱인지 가진 것 하나 없는 주제에 남들이 보기에도 편해 보이는 그런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 학교에서 좀 걸으면 보이는 세까이도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한번 가면 두 시간 넘게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서의 나는 특별한 존재가 된 거 같았다
애쓰지 않아도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라고 자연스레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도 라벨이 달린다
맨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구경만 하려 했는데 결국 그림 그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스케치북을 사고 붓을 사고 물감을 샀다
*세까이도 :미술용품 판매점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색연필과 함께 두었다
‘그리면 괴로워져..’
나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을 상상을 했다
그 상상 속 내 모습에 나는 사랑을 느꼈다
용기 없고 아이 같고 상처 투성이에 눈물 많은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을 게으름을 가진 지금의 나는 사랑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