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헤르쯔 Dec 16. 2021

세까이도

유학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돈이 떨어져 감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에 일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실 몇 번 시도는 해 봤지만 힘들고 피곤할게 뻔한 생활을 하자니 싫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일하지 않고 편히 살고 놀고 싶었다

무슨 배짱인지 가진 것 하나 없는 주제에 남들이 보기에도 편해 보이는 그런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 학교에서 좀 걸으면 보이는 세까이도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한번 가면 두 시간 넘게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서의 나는 특별한 존재가 된 거 같았다

애쓰지 않아도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라고 자연스레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도 라벨이 달린다


맨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구경만 하려 했는데 결국 그림 그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스케치북을 사고 붓을 사고 물감을 샀다

*세까이도 :미술용품 판매점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색연필과 함께 두었다


그리면 괴로워져..’


나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을 상상을 했다

그 상상 속 내 모습에 나는 사랑을 느꼈다


용기 없고 아이 같고 상처 투성이에 눈물 많은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을 게으름을 가진 지금의 나는 사랑할 수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첫 독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