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의 세상이다

햄스터 먹거리와 환경

by 지영민

햄스터는 길어야 2년밖에 못 산다. 그의 생체시계는 내 것보다 적어도 40배 빠르다. 내가 하루만 먹이를 주지 않으면 그는 40일을 굶는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한 주만 청소를 게을리하면 그는 열 달을 오염된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 내가 한 달만 병원 검진을 빼먹으면 그의 3년 건강이 위태로워진다.


라떼가 조상들이 살던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었다면, 자기 몸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먹이를 직접 구해서 먹었을 것이다.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햄스터가 건강히 살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율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


작은 인공 주택에 사는 라떼는, 자연에서 구한 제철음식 대신 저장 음식을 먹어야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인공적으로 수확하거나 저장된 음식을 먹다 보면 영양 과잉 혹은 부족 상태가 되기 쉽다는 걸, 인간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애석하게도 라떼는 우리와 같은 방식의 식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혼합사료를 구입할 때 영양성분표를 확인한다. 성장기에 있거나 임신한 햄스터를 제외하고는 지방이 6%를 넘지 않아야* 한단다.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한 "뚱햄"이 될 수 있다. 척추를 만질 때 원통 같은 느낌으로 각각의 뼈마디가 잘 느껴지지 않거나 그보다 더 비만하다면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혼합사료(좌)는 조단백 15%, 지방 4% 등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선택했다. 도토리처럼 생긴 익스트루전(우)도 필수 먹거리다.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줄 수 있는 건초나 건야채를 함께 주는 것이 좋다. 라떼가 좋아하는 자연 간식은 말린 애호박, 당근, 수세미, 작은 옥수수, 완두콩 플레이크, 뽕잎이었다.


라떼가 사랑하는 해바라기씨도 너무 많이 먹이면 지방 섭취가 과도해지거나, 골다공증에 걸리기 쉬워진다*고 한다. 달콤한 드롭스(과일이나 야채를 더해서 구운 쿠키), 곡물 영양바 같은 가공식품은 일주일에 한두 개만 주어야 한다.


라떼는 말린 채소와 완두콩, 두부 플레이크(좌)를 좋아한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든 가공식품(우)도 먹고 싶은 법이다.


라떼는 고집스러운 편식쟁이다. 찌득이를 비롯한 많은 소동물들이 없어서 못 먹는다는 '밀웜(mealworm,

딱정벌레 애벌레)은, 우리 집에서는 찬밥 신세다. 혹시 징그럽게 생겨서 안 먹는 걸까. 혼합사료를 먹을 때에도 조 같이 작은 알곡에는 앞발도 안 댄다.


그래서 편식을 할 수 없게 온갖 재료를 갈아서 뭉쳐 굳힌 '익스트루전'('익스'라 줄여 부르기도 함)을 매일 한 알씩 더해 준다. 단단한 익스를 갉아먹으면 이빨 관리도 된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햄스터에게 주면 안 되는 음식은 꼭 기억해야 한다. 양배추, 생감자, 생강낭콩, 파슬리, 아보카도, 포도(건포도도 해당됨), 과일의 씨앗, 우유, 초콜릿, 사람용 가공식품은 안 된다.* 우리는 검증된 판매처에서 많은 '애(愛) 햄인'들의 후기를 꼼꼼히 살펴가며, 라떼를 위한 먹거리를 선택한다.




골든 햄스터의 집은 60리터(혹은 가로x세로x높이 = 80x40x40cm), 드워프 햄스터의 집은 40리터는 되어야* 한단다. 햄스터 집에는 여러 형태가 있고 저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우리는, 불투명한 면이 있어서 라떼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많은 살림살이가 들어가도 비좁지 않을 만한 크기로, 리빙 박스를 개조한 기성품을 마련했다.


철장형 케이지는 구하기 쉽고 가볍고 환기가 잘 되는 장점이 있지만, 톱밥이 밖으로 튀기 쉽고, 무엇보다 햄스터가 안전히 지내는데 부족함이 많은 것 같았다. 철장을 갉아서 콧잔등 털이 빠지거나 철장에 다리나 발이 끼거나 매달려 올라가다가 떨어져 골절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파트를 구입할 때 건물과 내부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위치도 무시할 수 없는 고려사항 중 하나다. 햄스터 집도 마찬가지다. 햄스터 집은 찬 외기나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베란다나 실외에 두어선 안 된다.*


라떼와 우리의 낮과 밤은 반대다. 낮에는 라떼가, 밤에는 우리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곳에 라떼 집을 위치시켰다. 우리가 다른 동물을 입양하게 된다면, 그 아이들이 라떼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안전한 장소(예를 들면, 공부방 선반 위)로 옮겨주고 방문을 닫아서 분리시켜야 한다.



햄스터 집에 은신처가 없다면, 우리 집에 침실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편안하게 쉬거나 잠을 잘 수 없는 집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는 코코넛 껍질과 여러 칸으로 제작된 아크릴 은신처를 넣어주었다. 라떼가 은신처 침실방에서 신생아 자세로 자고 있는 걸 보면 흐뭇하다.


라떼가 좋은 음식을 적당량 먹고, 안락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잘 쉬고 활발히 움직이면서, 오래오래 건강히 살았으면 좋겠다. 그는 존재만으로도 생명의 경이를 일깨워 주는, 소중한 가족이니까.


*참고: 김정희, 『햄스터』, 책공장더불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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