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퇴사한 곳으로, 옛 동료들을 만나러 갔다. 감자탕을 나눠 먹으며 이직, 꿈의 직장에 대해 왁자지껄 떠들었다. 묵묵히 듣고 계셨던, 큰 언니뻘 상담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난 말야, 가슴 뛰는 일을 할 거야.”
다음번에는, 더 설레는 일을 하겠다고. 일주일에 세 번쯤 출근하여 힘들어하는 청소년과 부모를 돕고, 쉬는 날에는 새로운 분야를 배우거나 재충전할 수 있는, 그런 일자리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급여, 직업 안정성, 통근 거리와 같은 외적 요소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면, 각자가 성취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일인지도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식당을 나와 헤어질 장소로 이동하던 길에, 선생님께서 꽃다발을 사 주셨다.
“선생님, 꽃 좋아했잖아. 작약이 활짝 핀 사진 보여주면서 좋아했던 게 생각나네. 오늘은 거베라 어때?”
군대에서 이십 년을 보낸 후 내 나이 마흔, 세상에 첫 발을 내딛던 시기에 이 분이 내 옆자리였던 건,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눈발이 날리는 11월 마지막 수요일 오후. 꽃다발을 조수석에 단단히 붙잡아 매고 집까지 운전해 돌아왔다.
꽃다발을 화병에 꽂고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거베라가 가만히 말을 걸어왔다. 우리 삶 곳곳에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있는데, 그래서 인생은 신비하다고. 모든 걸 훤히 알고 가는 인생보다, 미지와 여지가 남겨진 지금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