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맛집을 찾아갔는데 그 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할머니가 직접 팥을 삶고 갈아 죽을 쑨다는 그 집. 여름철 콩국수도 기가 막히다는 그 집. 뜨끈하고 걸쭉한 팥죽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였어야 할 그 자리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 간판이 눈치 없이 끔뻑거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팔죽집을 찾아오던 길에 새로 발견한 커피집에 가기로 했다. 2층 양옥을 개조한 건물에, 깨강정을 깔아놓은 듯 바닥에 잘은 돌을 쏟아부어 굳혔고, 나 어릴 적 유행이었던 빨간 벽돌로 된 외벽은 초록 페인트로 말끔히 단장했다.
어느 동네 골목 커피집에 가면 항상 그러듯, 주인장께 추천 메뉴를 물었다. 오늘도 그의 추천을 충실히 따랐다, 가장 자신 있는 작품부터 선보일 수 있게. 우리 모두에게 한 번은 그런 기회가 주어져야 공평하니까.
고집스레 직접 지은 상호를 내걸고, 발품 팔아 적은 자본으로 자리를 빌리고, 손때를 묻혀가며 내부를 꾸미고 날마다 쓸고 닦고, 많은 고민과 설렘을 담아 메뉴판을 채웠을, 그 모든 스토리가 궁금하다. 팥죽처럼 걸쭉하고 들큰한 모카커피를 맛보며 각자 추측할 따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