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린 만큼 건강으로 보답하는 운동
팔이 안 올라간다. 내 나이 25살. 오십견이 두 배로 일찍 오기도 하는 걸까. 한 달 휴일이 4일이었다. 희주 선배가 사이판으로 결혼 휴가를 가고, 은진 선배가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다시 휴직을 내는 바람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도 했다.
빌어먹을, 사이코 같은 대빵 노처녀 '차지'(charge nurse)가 '수쌤'(head nurse)의 권한을 위임받아 근무표를 짜는데, 원칙이 뭔지 알 수가 없다. 나도 연초에 결혼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미운털 박힌 걸까. 암튼 지는 8일 쉬면서, 다른 근무자들은 6일 이상 쉬지를 못 했다. 수쌤이나 과장은 도대체 근무표 점검을 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좀 잡아가 줬으면 좋겠다.
엄마들이 다니는 유명한 마사지샵에 따라다녔다. 어깨를 만져본 엄마가 이렇게 돌처럼 굳었으니 팔이 안 들어지는 거라며 마사지라도 꾸준히 받아보라고 했다. 그 당시 월급은 100만 원 남짓, 마사지 비용이 꽤 부담됐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아줌마들은 다들 "어이, 시워언하다!" 싱글벙글인데, 나는 맥반석 오징어처럼 마사지대 위에서 지글지글 통증에 타 들어갔다. 게다가 마사지 크림이 안 맞는지 얼굴에 주먹만 한 뾰루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방법도 아니구나.
밤 근무가 끝나고 서현역에 나갔다가 "필라테스"라는 간판을 봤다. 처음 듣는 건데, 요가인지 발레인지 운동하는 여성의 실루엣이 간판에 그려져 있었다. 저거나 알아볼까? 혹시 어깨가 좀 풀어지려나.
준비운동으로 보수(bosu) 위를 뛰었다. 물렁한 지구에 올라선 거인처럼 뒤뚱거리다가 가끔은 보수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역시 몸치다. 갈비뼈를 닫아라, 숨을 내쉬면서 배를 납작하게 만들어라, 어깨를 끌어내려라, 요구사항이 많아서 입력 오류가 왔다. 운동 다 끝난 줄 알았더니 폼롤러라는 건 왜 하는 건지, 이렇게 문지르고 아파하면 어디에 좋은 건가.
3개월 등록하면 월급의 15%인 운동비가 10%로 줄어든다니, 거절할 수 없었다. 난생처음 운동을 돈 주고 했다. 그것도 3개월 간 주 3회. 낮 근무가 아니더라도 오후나 밤샘 근무 가기 전, 아무리 힘들어도 꼬박꼬박 다녔다. 돈 아까워서.
어느 순간부터 어깨가 가벼워졌다. 높은 곳에 수액 거는 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이런 게 운동의 효과라는 거구나, 느꼈지만, 운동이 끝날 즈음부터 2번의 유산과 임신을 거치면서 서서히 운동과 멀어졌다. 2살 터울로 둘째를 낳고 일, 육아로 정신없이 살다 보니 마흔이 되어 있었다.
그 사이 손목, 허리, 발목이 아프고 오른쪽 무릎 아래로는 약하게 저린감을 느끼는 퇴행성 질환자가 되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매트를 깔고 유튜브 강의를 튼다. 아쉬운 대로 필라테스링, 아령, 미니볼, 밴드를 이용해서 혼자 운동을 한다.
뭔가 아쉽다. 골반도 틀어진 것 같고 자세도 좌우가 비뚤고 왼팔 근력이 오른쪽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좋은 선생님을 찾았다. 천우신조인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필라테스 유튜버가 집 근처 센터에서 일을 한단다. 온라인 클래스로 5달쯤 만났던 선생님을 대면하다니, 역시나 설명을 잘해 주셨고 어디가 약해져서 그 보상작용으로 내가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 짚어주셨다.
대학생 때 무거운 전공책을 잔뜩 짊어지고 기숙사를 내려오다가 왼쪽 발목을 심하게 삐었다. 우두둑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고 믿을 정도였으니, 그 여파가 오래갔다. 퉁퉁 부은 발목으로 낙제하지 않기 위해 유격훈련 과목을 수료했다. 제대로 참여는 못 했지만 매일 왕복 2시간 이상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었다. 그 훈련이 끝난 후 절뚝거리면서 여름방학을 맞았다.
지금도 약한 그 발목은 이유 없이 붓거나 멍이 들기 일쑤다. 비 오기 전 날 정확도 높은 '발목 기상예보'가 가능했다. 왼쪽 발목이 온전치 않으니 골반은 오른쪽으로 기울여 오른쪽에 무게를 더 많이 분산시켰다. 자연히 오른쪽 어깨가 아래로 당겨지고 왼쪽 어깨는 솟아올랐다. 고개도 왼쪽으로 기울어져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췄다.
내 몸이 이렇게 자체적인 작용을 하고 있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깟 발목쯤 아파도 큰 문제없다, 젊은데 그거 가지고 꾀병이냐, 그렇게 말했던가. 그 말을 들은 몸은 조용히 살 길을 찾은 거다. 자기 주인도 외면하는데, 허리가 좀 고생스러워도 디스크 몇 개를 바쳐가며 버텨줬고 아직은 싱싱한 근육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줬다.
이제는 알았다. 내 몸을 살핀다는 것, 그게 시간낭비라고 미루면 안 된다는 걸 말이다. 썩어질 몸뚱이라고 하찮게 여기면 안 된다. 어디가 안 좋은지 느끼고 듣고 살펴봐야 한다. 미심쩍으면 의사를 찾아가고 물리치료도 받고 아픈 게 나으면 적당한 운동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오늘은 센터에서 7명이 같이 운동하는 날이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등록해서 가는 길에는 가볍게 뛴다. 땀이 좀 난 상태에서 도착하여 선생님께 배운 대로 발목을 꼼꼼히 풀어준다. 앳된 얼굴부터 희끗한 머리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각자의 몸이 겪어온 역사도 다르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고 본격적으로 운동이 시작된다. 같이 땀 흘리고 숨 쉬고 응원의 눈길을 주고받는 50분만큼은 한 팀이 된다. 혼자 운동할 때보다 더 많이 웃었다.
* 사진 출처 : Unsplash (Logan We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