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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포 golfo Nov 23. 2019

[독후감 #3] 세속의 도덕과 문학의 윤리

 엡스타인 - 필립 로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안톤 체호프


세속의 도덕과 문학의 윤리 - 공너싫




  모든 사람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헌법 제21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근거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 헌법 제21조 제4항에 의거해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문학작품을 쓰는 작가는 현재의 도덕을 지키면서 글을 써야 할까, 도덕에 어긋나더라도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해야 할까?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필립 로스의 ‘엡스타인’으로 해답을 찾아보자.

  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불륜을 저지른다.
  엡스타인은 아이다와의 외도 후 다리 사이에 염증이 생긴다. 아내 골디는 염증을 성병으로 착각해 엡스타인을 쫓아낸다. 엡스타인은 더 이상 가족과 화목할 수 없게 된다. “이제 와서 사업이 뭐가 중요할까. 사업은 절대 그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거였는데. 하지만 이제 그 모두가 없는데.” (굿바이 콜럼버스 - 엡스타인 p.349)
  구로프는 유부녀 안 나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를 만나려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했다. “그녀는 자신들의 생활이 서글프다는 생각에 울었던 것이다. 그 둘은 마치 도둑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야 했다. 어찌 그들의 생활이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p.28)
  두 작품의 주인공은 불륜에 의해 힘든 삶을 살게 된다. 당시 사회에서 불륜은 비도덕적인 행위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암묵적인 규범이 있다. 우리는 그러한 규범을 도덕이라고 부른다. 도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사람들은 비도덕적인 행동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두 작품의 작가들은 불륜을 사랑의 입장에서 아름답게 묘사하기도 한다. “크게 웃다 보면 눈물이 나오는데 어떻게 파란불과 빨간불을 구별하고, 빠른 속도와 느린 속도를 구별할 수 있단 말인가?”(굿바이, 콜럼버스-엡스타인 p.339), “순간 구로프의 심장은 터질 듯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보다 더 가깝고 소중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신이 원하는 하나밖에 없는 행복이었다.”(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p.22)
  작가는 불륜 행위는 무조건 나쁘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 번에 훌륭한 선택을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늦게 깨달은 사랑이 잘못 됐다고 할 수 있을까? 작가는 ‘불륜이 나쁘기만 한 행위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왜. 너는 한 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난 솔직히 말하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는 잘못으로 보일 수 있지. 죄 같은 걸로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누가 뭐라겠냐...” (굿바이, 콜럼버스 - 엡스타인 p.353) 그러나 두 책의 주인공들은 불륜을 저지르고 당당해하지 않는다. 불륜의 사실을 숨기고자 한다. 이는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말은 전하돼, 문학의 윤리를 지키고자 했음을 뜻한다.

  문학의 윤리는 작가의 직업윤리를 뜻한다. 작가는 글을 혼자 읽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문학 작품은 그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소통의 수단이다. 주인공의 심각한 고민이나 주인공이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없다면, 비도덕적인 언행은 읽는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 비난을 받거나 사회의 물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여성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당당한 주인공에게 아무런 제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글을 별로 읽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윤리를 지키지 않은 글 문학은 상대방에게 원하지 않는 희롱이 될 수 있다. 문학작품은 소통이 중점이라는 점에서 현시대의 도덕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작가가 문학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할 직업윤리이다.
  문학은 언뜻 보기엔 자유로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은 우리의 생각보다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문학은 스스로 윤리적인 검열을 통해 제한을 받아야 한다. 그러한 제한은 여러 사람이 읽을 문학 작품을 만드는 작가에게는 마땅히 지켜야 할 문학의 윤리이다.


19.09.24. 공너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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