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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간 Nov 12. 2024

누군가들과 함께한 공간

내가 서있었던 공간

누군가는 울고 있고,

누군가는 웃고 있다.

누군가는 울음을 참고,

누군가는 억지로 운다.

누군가는 괴랄하게 웃고,

누군가는 잘 부탁한다 웃는다.

누군가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고,

누군가는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는 영원히 슬퍼하고,

누군가는 영원히 웃고 있다.



누군가는 갖춰 입었고,

누군가는 정신없이 뛰어왔다.

누군가는 굳이 말 안 했으면 갖춰 입지 않은 게 흠이 되지 않았고,

누군가들은 갖춰 입어야 해 옷을 빌린다.



누군가는 들어본 이름이고

누군가는 생각이 나지 않은 이름이다.

누군가는 처음 들어본 한글 이름이고,

누군가는 너무도 그리웠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는 보고 싶지 않았던 이름이다.



누군가는 이름을 높일 기회이고,

누군가는 필요한 사람을 만난다.

누군가는 이름 석자가 차지하는 크기가 중요하고,

누군가는 이름을 알아보기 어렵게 적는다.

누군가는 지하철로 왔고,

누군가는 주차권이 필요하냐고 묻자 기사가 있다 답한다.



누군가는 손님을 맞기에 좁아 걱정이고,

누군가는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을 보며 미안해한다.

누군가는 손님이 너무 많이 와 힘들까 걱정하고,

누군가는 사람이 많아 안도한다.

누군가는 알리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걱정하고,

누군가는 손님이 누구인지 몰라볼까 걱정한다.

누군가는 본인 이름이 가려질까 걱정하고,

누군가는 이름들이 많아져 가려질까 걱정한다.

누군가는 그 와중에도 회사일로 걱정이고,

누군가는 언젠가 돌아올 본인 차례를 걱정한다.



누군가는 수십 년 전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마지막 통화를 기억한다.

누군가는 행복한 모습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을 잊으려 한다.

누군가는 질투심을 숨기기 어렵고,

누군가는 고생 많았으니 이제 편했으면 한다.



누군가는 생각지 못한 큰 고마움을 남기고,

누군가는 이름과 기억을 남긴다.

누군가는 종이 수십 장을 건네나

누군가에겐 그 수십 장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누군가는 한순간 그동안 쌓아놓은 것을 잃으며

누군가는 몇 분 만에 평생 감사할 연을 만든다.

누군가는 오랜 실타래를 내려놓고,

누군가는 굳이 응어리를 영겁의 시간 너머까지 가져간다.



누군가는 아침 일찍 자리를 잡고

누군가는 가장 마지막에 왔다.

누군가는 오기 싫었던 티가 나고,

누군가는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누군가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는 너무도 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는 직장이어서 퇴근하고 다시 오고,

누군가는 자정 넘어 문을 잠근다.

누군가는 아이를 픽업하러 돌아가고

누군가는 뱃속의 아이 때문에 오지 못한다.

누군가는 아직 어린데도 그 앞에서 울고 있고,

누군가는 그 아이를 대신 데리고 집에 가준다.

누군가는 괜찮다 해도 다음날 다시 오고,

누군가는 그 모두가 떠난 뒤 문을 걸고 혼자 곁을 지킨다.



3일 동안



누군가들을 맞이하고

누군가들을 안내했다.

누군가 인생의 한 이정표가 되었고,

누군가들의 인생들도 함께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영수증을 서명했고,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아 상품을 선택했다.

누군가가 필요한 것들을 물어보면 답했으며,

누군가가 청구서를 내밀면 결제했다.



누군가의 옆에 서서 함께 절을 했고,

누군가의 옆에서 훌륭하게 보였으면 했다.

누군가가 울 때 함께 울었고,

누군가의 행복한 기억을 생각하며 함께 웃었다.

누군가가 했던 말투를 따라 해 봤으며,

누군가가 있었으면 무엇을 했을지 생각했다.

누군가의 위로할 수 없는 것을 위로하려 했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어려움에 손만 꼭 잡았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누군가와 함께 흉도 보았다.

누군가와 오랜만에 얘기했다.

누군가와는 함께하며 친해졌고,

누군가와는 더 가까워졌다.

누군가는 너무도 애틋해졌다.



그리고



그분이 맞는지 확인했고

그분의 편안한 얼굴을 보았다.

그분을 마지막으로 안았으며,

그분이 가벼워진 것을 들고 알았다.

그분에게 감사함을 전했고,

그분에게 남은 이들을 챙기겠다 약속했다.

그분의 영원히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들었다.



그분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고,

그분이 떠오를 때마다 눈물이 나지만

그분의 딸과 손녀가 덜 슬프도록 애써 참아볼 것이다.



그분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그분에게 평생 감사하며,

그분의 가족들을 챙길 것이다.



그분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분은 영원히 웃고 있다.



(사랑하는 장모님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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