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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게 좋아 Sep 15. 2024

신문 기자가 되었다

이주 동안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다. 변명하자면 바빴고, 아팠다. 구독자도 얼마 되지 않는데 일이주 쓰지 않는다고 내 글을 기다려줄 독자들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나만 해도 구독해 놓고 읽지 않는 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브런치는 토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독자들과 약속한 날이 다가온다며 나를 독촉했고 월요일이면 지금이라도 글을 올리라고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래서 쓴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못 올리며 맘이 안 좋았다. 내 루틴이 망가지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하기도 했다. 


이주일간 많은 일이 있었다. 올해 세 번째 직장을 퇴사했고 네 번째 직장에 입사했다. 나는 신문 기자가 되었다. 


친구는 무슨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냐며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 건 나 자신이다. 내가 기자라니. 물론 언론고시 같은 걸 준비한 것이 아니었기에 누구나 아는 메이저 신문사에 입사한 것이 아니다. 일단 종합지가 아니라 전문지다. 좁은 업계이기에 말은 아끼겠다. 


수습기자가 된 지 이 주가 흘렀다. 첫 주부터 야근을 해야 했다. 마감날인 목요일에는 신문이 완성될 때까지 집에 가지 못 했다. 신문사가 바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각오도 했다. 지금까지 칼퇴하는 회사만 다녀봤기에 야근이 힘겹긴 하지만 올해 들어간 어느 회사보다 만족스럽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고통스럽지 않다. 


나는 올해 세 번의 직장 경험이 정말 정말 싫었다. 특히 전회사와 전전회사는 그저 벗어나고만 싶었다. 주변에 신문사에 취업한 사실을 알리자 한결같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으레 하는 말이겠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지루해하는 성향에 국문과를 졸업했으니 외근과 글 쓰기로 대변되는 신문기사보다 어울리는 직업도 없어 보일 것이다. 


아쉬운 건 내가 6개월간 공들여 정착시킨 루틴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저녁 아홉시에서 열시면 잠드는 생활이 그립다. 그래도 이제 슬슬 적응을 하고 있으니 다시 루틴 대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야근이 꽤 잦아 나만의 저녁 시간이 줄어든 건 불만스럽긴 하다. 


그런 와중에 주말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고 몸이 꽤 아파 근무 중에 병원에 가 수액도 맞았다. 주말 아르바이트는 그만둔다고 말한 상태다. 이곳에서 2년 9개월간 일했다. 지금껏 가장 오래 한 일이고 고마운 곳이다. 이만한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생각들 만큼 정말 좋은 곳이다. 일도 급여도 시간도 다 만족스러웠다. 떠나려니 시원섭섭하다. 


어쨌거나 회사에서 나는 아직 수습 기자이지만 지금까지 가져본 직업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다. 이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야근이 많고 월급도 박봉이어도 나쁘지 않다. 아마 수동적인 일만 해오다가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일을 하게 돼서 그런 듯싶다. 


하지만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올해 내 전적을 봤을 때 수습 기간이 끝나는 3개월을 다 채울 수나 있을까 스스로에게 의심이 든다.  


요즘은 집착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문득 내가 계속 변화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런치에도 내 삶에 변화를 줘야 한다. 바꿔야 한다. 주구장창 썼다. 나는 왜 이렇게 변화에 집착할까? 


삶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기존 삶의 방식을 새롭게 바꾼다는 것인데, 직업을 바꾸고 애인을 바꾸고 사는 곳을 바꾸고. 변화를 주는 것과 도망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새로운 삶을 위해서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일까. 아니면 기존 삶에서 끝없이 도망치고 회피하는 것일까. 


그런 상상을 한다. 누군가 내게 물을 것이다.


그게 좋아 씨는 왜 기자가 되셨나요? 


나는 너털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러게요. 왜 제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넉살을 떨면 상대는 웃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말할 것이다. 솔직히 사무실에만 처박혀 있는 것도 지겹고 밖에 돌아다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어요. 사무직은 싫고 영업은 더 싫어서 외근이 많은 문과 직무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기자가 됐어요. 기자라고 하면 그럴 듯해 보이잖아요. 


그럼 상대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는 평생을 남들에게 그럴 듯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어요. 그렇게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해왔는지 생각해 보면 천국에 가지 못할 것 같아요. 


괜찮아요. 천국은 없어요. 나는 그를 위로하려 말을 꺼내고 상대는 위로받을 것이다. 그의 반응에 나는 위로받을 것이고 우리는 담배나 태울 것이다. 흘러가는 연기를 보며 각자 생각에 잠길 것이다.


부처는 말했다. 삶이 고단한가? 다 꿈이다 


담배를 피울 때 들은 말이므로 이제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부처가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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