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피워왔던 전자 담배를 끊어보려고 한다. 사실 그 동안 피웠다 끊었다를 반복했지만 꽤 오랜 기간 사귄 남자친구가 담배를 싫어해서 그랬던 거였고,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 1년간은 하루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담배 경력은 길지 않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던 때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요 1년간 정말 담배에 절여져 살았다. 이전에 피우다 끊기를 반복했을 때는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1년간은 진짜 담배 중독자로 살다 보니 금연 1일 차인 현재, 담배를 상당히 피우고 싶다.
특히나 기상 직후, 식후, 그리고 커피를 마실 때 강하게 충동을 느낀다.
흡연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나 중독이다. 중독되었다는 것은 얽매여있다는 것이고 내 자유가 거기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일을 구할 때도 중간중간에 나가서 담배를 피울 여유가 있는 직업인지 보게 되고 여행을 계획할 때도 내가 피우는 브랜드의 담배를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얼만큼 사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중독에 얽매이면 인생의 선택지가 줄어드게 된다. 게다가 몇 달 전 전자담배 기기를 바꾸면서 흡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고, 미각이 떨어지는 느낌을 상당히 받았다.
지금도 금연한지 24시간이 되어가는데, 혀에 여전히 니코틴 맛이 남아있다. 담배 때문에 음식을 먹어도 그 본연의 맛을 진정으로 느낄 수 없고 혀가 니코틴에 찌들어있는 상태랄까. 침에서 니코틴 냄새가 올라온다.
최근에는 술과 담배를 끊기 위해서 장기 해외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계획도 그려봤다. 도저히 한국에서 가능할 것 같지 않으니 강제로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시도도 안 해보고 도피하면 결국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시도하기로 했다.
술은 간헐적이지만 의지로 계속 금주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왔는데, 이번 달에는 최대 일주일 동안 금주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주일 동안 술 안 마시는 게 뭐 어렵나 싶겠지만 내게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러고 또 술을 한 번 마시면 그 상황에 말려 며칠 동안 술을 매일 마시는 날이 이어진다.
이래서 술은 절주가 아닌 단주가 필요하다... 한 번 말리면 다시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도 걸리고 쉽지 않다.
담배보다 술의 해악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지만 중독으로 치면 담배도 술 못지 않다. 특히나 술은 저녁에만 마시지만 담배는 온종일 습관적으로 피우니 당장은 더 끊기 어려운 것 같다.
무엇보다 술담배를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나간다. 담배 값만 한 달에 30만원이 나온다. 돈 모으려고 주 7일 일하는데 술담배만 안 해도 사실상 주말 알바를 할 필요가 없다. 주말에 힘들게 일해서 술담배에 다 쓴다는 것을 이전엔 굳이 외면했지만 이젠 직시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요즘에 많은 일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후 3일간 잠수를 탔고, 회사 측이 붙잡아 다시 회사를 다니곤 있지만 곧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음주 다른 회사 면접을 앞두고 있는데, 이직에 실패한다면 예상보다 이른 여행을 떠나려 한다.
12월까지만 현재 하는 일과 주말 알바를 병행하다가 딱 일 년의 격차를 두고 떠나게 되지 않을까. 더 일찍 일을 그만둘 수도 있고. 점점 더 확실히,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