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의 겨울이면 하얀 목폴라 티셔츠를 입으시던 마른 남자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남성들의 헤어스타일이 그랬던 듯 싶다. 늘 단정하고 짧은 군인 아빠와 군부대 아저씨들의 머리모양새와는 다른 일반 남성들의 모습은 어릴 적 내게는 지저분함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오래되고 작은 집 툇마루에는 난로가 있었고, 어느 날 지나다 스치며 데인 화상 자국이 마흔중반인 지금도 희미하게 내 종아리에 남아있다.
어느 겨울날,
해가 빠르게 넘어가며 어둑어둑 해질때면,
선생님의 어머니가 부엌에서 밥 짓는 소리와 냄새가 옆 방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버무려져서 스물스물 내 피아노방으로 들어오곤 했었다.
국민학교 1학년을 시골 마을에서 보내며 다녔던 피아노 학원의 작은 앞마당과 관사 앞 마당의 모래알이 종종 생각나곤 한다.
내 아이들의 유년이 곧 끝나갈 나이가 다가오는데, 그런 공간에 관한 기억이 닭장같은 아파트뿐이라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
어른이 되어보니, 내 어릴 적의 기억들은 모래, 흙, 나뭇가지, 마당, 하늘, 풀냄새, 돌 그리고 달리기 인데, 훗날 나의 아이들의 유년의 기억은 무엇이 남게되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