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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 농린이 Jun 07. 2019

타코? 타코야끼 아니고?

나이로비 맛집 탐방 : 메르카도(Mercado)

  케냐 시간 저녁 9시, 한국 시간 새벽 3시. 한창 야식 당길 시간 아닌가? 꼭 이 시간쯤이면 어디서 잘 팔지도 않는 뭔가가 먹고 싶다고 하는 하우스메이트가 떠올라 카톡을 했다.

  네, 멕시칸 타코! 오징어, 새우, 생선, 콩, 치킨, 비프, 뭘 넣어도 맛있는 그 타코! 배고프다 하면 포장해가야지.




  멕시코에 가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멕시칸 음식은 좋아한다. 타코의 기본이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원한 생맥주와 먹는 타코를 좋아한다. 대학교 1학년 때 피자집에서 퀘사디아를 팔길래, 무슨 피자를 이렇게 만들어? 하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시금치 버섯 퀘사디아가 너무 맛있다. 뭐,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케냐에서도 맛있는 멕시칸 음식을 즐길 수 있는데!


Mercado Mexican Restaurant

Kindly wait to be assisted. 여기서 1초만 서 있으면 누군가 나를 찾아와 주신다. 케냐에서 이런 스피드라니, 상상할 수 없다.


  친한 언니이자, 존경하는 상사의 생일이었다. 케냐가 나름 아프리카 땅에서는 한인이 많이 사는 편이지만, 그래도 사회망이 좁은 건 어쩔 수 없다. 한인이 약 1 천명쯤이라고 하는데, 그중 절반은 지방에 거주하고, 또 1/4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와 계신 분이고, 이리저리 얽힌 이해관계를 제외하고 나면 만날 수 있는 한인은 정말 손에 꼽는다. 그중에서도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이 어려운 와중에, 심지어 같은 직장 안에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진짜 축복인 것 같다.

  마음 같아선 온 우주의 힘을 끌어 모아 축하해드리고 싶지만, 사실 평일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뭐, 어쩌겠는가, 맛있는 거라도 먹어야지!

  어딜 갈까 고민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누려야겠다 싶어 테라스가 있는 메르카도로 향했다.


이게 멕시코 감성인가 메르카도 감성인가는 모르겠으나, 이런 느낌의 문양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메르카도에서 무슨 음식이 맛있는가, 하면 할 말이 없다. 단 한 번도 실패한 음식이 없으니까! 고를 수 없다. 그냥 가서 그날따라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면 된다. 분위기는 언제나 완벽하고, 웨이터들의 친절도 역시 항상 완벽하며, 아쉬운 건 더 많이 먹지 못하는 소심한 내 위장뿐이다.


오늘 우리 테이블을 책임져주신 Mr.Wycliffe / 테이블 옆에서 바로 과카몰리를 만들어주신다. 나쵸는 기본 식전음식.
굳이 메뉴를 추천하자면 새우 타코와 시금치 퀘사디아. 언제 먹어도 맛있다.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빠르진 않다. 하지만, 케냐에서 빨리 나오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렵다. 그 점을 감안했을 때, 따뜻한 상태와 완벽한 맛으로 서빙된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성미 급한 한국인들을 위해 추천하는 방법은, 자리에 앉자마자 과카몰리를 시킬 것. 과카몰리가 준비되는 동안 메뉴판을 탐색한다. 메뉴를 주문할 때쯤이면 과카몰리가 서빙된다. 그럼 먼저 신선한 과카몰리와 함께 근황 토크를 즐기자! 나초가 다 떨어졌네? 하고 느껴질 때쯤에 맞추어 음식이 나온다.




실내조명이 그리 밝지 않음에도, 어둡다고 전혀 느껴지지 않게 해 준. 인테리어 디테일 하나하나가 섬세하다.

  해가 어둑어둑해지고 실내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저녁 분위기는 따뜻한 주황빛이다. 함께 온 사람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눈을 한번 더 마주치게 하는, 그런 주황빛이다.

  함께 시선을 맞추니, 담아두었던 속 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 평소 감정을 잘 숨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꼭꼭 숨겨보려고 했는데, 따뜻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으니 시키지도 않은 이야기를 줄줄 쏟아내고 있었다.

  메르카도는 그런 매력이 있다. 누구와 오던, 어느 순간 못 나누던 서로의 속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탁 트인 테라스가 좋아서 그런지, 조명 탓인지, 아니면 괜히 분위기에 취한 내 감성 탓인지.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갔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 보니 내가 받은 위로가 더 큰 것 같다.




     " 벌써 추억이 된 느낌이야, "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 문득 오늘을 떠올리는 날이 있다면, 그때의 오늘이 좋은 추억이었으면 좋겠어요.'



MERCADO - Mexican Kitchen and Bar

 - 위치 찾는 법 : 구글맵에 Mercado 검색 (Kenrail Towers에 위치)

 - 영업시간 : 오후 12시 - 저녁 10시 (금, 토만 저녁 11시까지 영업)

 - 연락처 : +254 700 245 795

 - mercado.co.ke

 - 가격대 : 타코 2개 800-1,000실링 (한화 약 8천 원 - 1만 1천 원)

                 식사류 1,000 - 2,000실링 (한화 약 1만 원 - 2만 원)

 - 생일파티 서비스 : 케이크 구매 시, 케이크 위에 원하는 문구 레터링

                                * 그리고, 직원들의 축하송 서비스(요청 시/부끄러울 수 있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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