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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연 Mar 11. 2024

머리가 무거워서 물건을 비웠습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무거울 때, 여러분은 이것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산뜻한 바람을 쐬러 가벼운 산책을 나갈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 머릿속을 어지럽게 가득 채운 생각을 종이에 적어 차근차근 정리해 볼 수도 있겠죠. 여러 방법 가운데 저는 '물건 정리하기'를 택했습니다.


내 방에 물건이 이렇게 많았나...


집에 있던 물건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집에서 은둔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전에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았으나 유행병을 계기로 거의 칩거 생활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이전에는 그저 일상의 배경으로 존재하던 집 안의 물건들이 새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도 발 디딜 틈 없이 어질러놓고 살지는 않았고 소소하게 물건의 오와 열을 맞추는 정리는 잘했으므로 제가 정리를 못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구두쇠 기질도 있고, 남들은 다들 좋아한다는 택배 뜯기도 귀찮아해서 물건을 지나치게 사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니 제게는 물건이, 그것도 쓸데없는 물건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무작정 정리를 시작하다


  제 MBTI 마지막 자리 알파벳은 P보다 J에 가깝지만, 제가 정리를 계획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무작정, 무언가에 이끌리듯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도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특별히 미니멀리즘에 심취한 적도 없었고 이에 관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본 적도 없었습니다. '미니멀리즘' 하면 으레 떠올리는 깔끔한 하얀색 방, 그 방을 채운 하얀색과 우드톤의 가구가 막연히 떠오를 뿐이었죠. 그 또한 소비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기에 저는 잘은 몰라도 오히려 약간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대중없이 무작정 치우고 정리하는 나날이 이어지자 갈수록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욕구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최소주의 생활》을 시작으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정리의 힘》, 《정리의 기술》 등 미니멀리즘이나 정리 관련 도서를 탐독했습니다. 이러한 책을 읽으면 웬만한 사람은 읽는 순간 정리 욕구가 솟구칠 겁니다. 위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정리와 소유에 관한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리를 '실천'하는 데 가장 실질적인 지침이 된 책


  하지만 마치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 읽는 당시에는 실천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가 얼마 안 가 식고 마는 현상처럼 정리에 관한 책도 비슷했습니다. 읽는 순간에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물건을 정리해 낼 수 있을 것처럼 의지를 굳게 다지지만, 막상 정리의 현장에서 물건을 마주하면 그때 그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뒤섞인 물건 더미 앞에서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쉽죠.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쓴 《정리의 힘》은 여러 책 중에서도 제 정리의 핵심 지침이 되었고, 제가 지치지 않고 정리를 실천하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마리에는 수십 년간의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확립한 '곤마리 정리법'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덕분에 저는 '무작정 치우기' 단계를 벗어나 '체계적 정리' 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습니다.



'나도 정리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처음에는 저처럼 무작정 시작하는 것도 얼마든지 좋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각 잡고 A부터 Z까지 계획을 세워서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가는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기 쉬우니까요. 일단 눈앞에 거슬리는 물건, 특히 명백히 버려야 할 쓰레기이지만 아직 버리지 않은 물건이 있다면 그것부터 치우는 게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진짜 정리해야 할 대상은 사실 물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표면적으로 정리란 당연히 물건을 버리고, 치우고, 제자리에 놓는 행위가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방 안을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고 하듯이 우리가 어떤 물건을 고르고, 소유하고, 놓아두고, 관리하는 행위에는 우리의 내면 상태가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자질구레한 물건을 일시적으로 갖다 버린다 해도 내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결국 방의 상태는 이전처럼 돌아갈 겁니다. 어릴 적 우리의 어질러진 책상을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 말끔히 치워주셔도 며칠 뒤면 원상 복구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이왕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물건 몇 개 버려서 '반짝' 했다가 금세 되돌아가는 일시적인 정리에 그치기보다는 물건을 정리함으로써 내면세계를 정돈하고 소유와 소비에 관한 주체적인 가치관까지 확립하여 앞으로의 삶 자체를 바꾸어놓는 진짜 정리의 여정에 즐겁게 동참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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